당시 대표적인 초소형 자동차는 1959년 등장한 BMW 이세타, 같은 해 영국에서 태어난 미니, 1962년 불과 59㎏의 무게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국산 필-50(Peel 50) 등이다. 이후 마이크로 카는 고효율 선호도에 적극 부응하며 근거리 도심 이동 수단으로 자리했다. 마이크로 카를 다른 말로 '시티 카(City Car)'라 부르는 배경이다.
제품 특성상 마이크로 카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과 효율이다. 따라서 개발할 때는 가격 상한을 정하고 최대한 원가 절감, 그리고 고효율을 추구하는데, 그만큼 대량 판매가 되지 않으면 이익 내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가격을 높이면 소비자는 멀어진다. 결국 가격과 제품력을 저울질하다 중도 포기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굳이 한다면 초소형보다 조금 큰 경차 개발이 보다 현명하다.
오로지 가격에 초점이 맞춰진 초소형차로 한때 명성을 떨쳤던 모빌리티는 인도 타타자동차의 '나노(Nano)'다. 마이크로보다 작은 '10-9' 단위를 뜻하는 나노는 실제 세계 최저 가격을 무기로 2008년 세상에 등장했다. 160만원 가격이 화제를 모았지만 반응은 기대를 크게 빗나갔다. 지나친 원가 절감이 안전 우려를 일으킨 탓이다. 결국 '가난한 사람은 사지 않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차'라는 이미지만 남기고 2018년 사라졌다.
이후 마이크로 카의 바통은 전기차가 이어받았다. 600만원 이하 가격으로 2000년에 중국과 홍콩에 등장한 전기차 우링 홍광 미니는 유럽 NEDC 기준 최장 170㎞ 주행거리에 머물지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복잡한 도심 운행이 편리하고 주차가 쉽다. 게다가 주행거리가 짧은 만큼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 도시인의 각광을 받았다. 이를 눈여겨본 중국의 FAW는 최저 663만원의 도심형 작은 자동차, '포니(Pony) EV'를 선보였다. 이른바 전기 시티 카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세계 여러 나라 중 작은 차가 많기로 유명한 곳은 단연 일본이다. 예로부터 작은 것을 좋아하는 문화가 자동차에도 반영된 결과다. 마이크로 수준을 조금 넘는 경차지만 밴(VAN), 컨버터블, SUV까지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전기 동력 제품은 별로 없다. '전기=도심' 그리고 '도심=경차'의 등식이 성립된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내놓은 인스터 EV(국내명 캐스퍼)의 호응이 기대 이상인 배경이다. 당연히 저가 제조에 능숙한 중국 전기차 기업도 저렴한 경형 EV를 일본에 보낼 태세다. 이후 한국에 마이크로 EV를 진출시켜 도심형 전기 이동 수단 시장을 만들려 한다. 국토는 좁아도 한국 소비자는 대형 차를 선호하지만 지역 불균형에 따라 도심이 거대해지는 점을 주목하고 있어서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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