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도 이래서 점검을 받았는데 왜 문제 개선이 되지 않은 것이냐며 잔뜩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자 30분도 안되어 수리기사가 집으로 방문했다.
문제가 해결되자 그는 집을 나서며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다음에는 고객센터가 아닌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락해달라고. 고객의 입장에서 당연히 문제가 있으면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는 게 정상인데 왜 그 수리기사는 고객을 붙잡고 이런 부탁을 해야 했을까.
얼마 후 기자는 한 통신사 본사 앞을 지나며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우리 집에 방문한 수리기사와 똑같은 근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자신들의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설치·수리 기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해당 회사의 근무복을 입고도 그 회사 직원이 아니었다. 외주 협력업체의 직원인 그들은 해당 회사의 이름을 걸고 고객들과의 최접점에서 일하고 있지만 해당 회사가 그들에게 심어주는 자긍심은 없었다.
혹여 고객에게 평가되는 서비스 점수가 낮거나 클레임이라도 들어온다면 월급에서 차감이 되고 전신주에 오르다 다쳐도 보상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슈퍼 ‘을’이었던 셈이다.
물론 대기업에서 모든 인력을 정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비정규직도 있고 아웃소싱도 할 수 있다.
다만 자신들의 회사명이 찍힌 옷을 입고 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권리는 지켜줘야 할 것이며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이며 대기업의 의무이자 책임일 것이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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