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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표 겨냥한 홍준표, 막말의 정치학

보수표 겨냥한 홍준표, 막말의 정치학

등록 2017.04.27 14:46

수정 2017.05.02 22:31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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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관훈클럽토론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관훈클럽토론회.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5·9 장미대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막말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 안보, 정치, 성차별 등 여러 주제로 쏟아지는 홍 후보의 강도 높은 발언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홍 후보의 지지율은 하강 대신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의 발언이 보수우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몇몇 발언은 대선판의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홍 후보로 여론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에 따라 같은 보수 계열로 묶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홍 후보의 막말을 두고 ′선거 전략′으로 보는 시선이 상당한 까닭이다.

홍 후보는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동성애를 화두로 꺼냈다. 그는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군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 어떻게 보나″라고 물은 후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토론회 직후 동성애가 대선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은 지난 26일 문 후보가 참석한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 자리에 난입해 불만을 표했다. 홍 후보 역시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지탄을 받았지만 동시에 동성애를 싫어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홍 후보의 단골 막말은 강성 귀족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친북좌파 비판이다. 그는 지난 25일 토론회에서 ″국내 기업들이 수조원의 사내유보금이 있어도 투자를 안 한다. 그러니 청년 일자리가 안 생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3%도 안 되는 강성 귀족노조들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대통령이 되면 이들을 ′적폐세력′으로 보고 청산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친북좌파 공격은 대선 후보도 빗겨가지 않았다. 홍 후보는 생중계되는 TV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친북좌파로 규정하고 주적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유 후보가 토론회에서 자신을 공격할 때마다 ″꼭 이정희(전 통합진보당 대표) 보는 것 같다. 주적은 저기다″라고 말하며 문 후보 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홍 후보의 또 다른 고수위 발언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판결 의심이다. 홍 후보는 유세 때마다 자신이 당선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정한 판결을 받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정치투쟁에서 진 것으로 공정한 재판을 하면 무죄라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홍 후보의 박 전 대통령 감싸기는 박 전 대통령이 받았던 보수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다. 그는 지난 2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 (지난 대선) 득표율의 80%만 목표로 한다. 그것만 복원하면 이번 선거에서 무조건 이긴다″고 말했다. 홍 후보 캠프 측은 문 후보 지지율이 37∼38%대 득표율에 머물 것으로 본다. 홍 후보가 박 전 대통령 득표(51.6%) 중 80%를 가져와 40%대 득표율을 이루면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홍 후보는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달러를 받지 않았으면 왜 자살했겠나″, ″대구에서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등 고강도 발언을 지속적으로 꺼냈다.

이에 따라 파면정국으로 숨죽이고 있거나 안 후보에게 가있던 표가 홍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마의 10%′를 넘었다. 반면 안 후보 지지율은 30%대가 무너진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홍 후보 입장에서는 해볼 만한 경쟁 구도로 변해가는 것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3~25일 시행된 여론조사(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홍 후보 지지율은 14.8%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말 전략은 득만큼 실도 분명하다. 노동계와 여성계에서는 홍 후보 막말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항의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탄핵·파면정국을 겪으면서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홍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커지고 있다. 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성향 양분이 점차 심화되는 추세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4~25일 진행한 여론조사(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홍 후보의 19~29세 지지율은 3.0%였다. 30~39세, 40~49세 등 진보, 중도진보 성향이 강한 연령층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주요 대선 후보 5명 중 5위였다. 촛불집회가 활발히 열렸던 서울과 수도권에서 홍 후보 지지율은 8.9%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10.2%, 9.6%)보다 뒤졌다.

주요 대선 후보 중 비호감도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지난 23~24일 진행한 여론조사(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절대 뽑지 않을 후보 또는 비호감으로 홍 후보를 선택한 응답률은 44.1%로 가장 높았다. 이는 홍 후보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을 받은 문 후보(23.3%)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홍 후보 캠프 측은 문-안-홍 3각 구도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와의 지지율 차는 아직도 오차범위가 넘는 10%p 이상이다. 유 후보가 홍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한 상황에서 홍 후보가 끌고 올 수 있는 유의미한 보수-중도표는 안 후보 쪽에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선구도는 ′1강 1중 3약′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판세도 나온다. 중앙일보가 밝힌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안-홍 후보만 대선에 나왔을 때 지지율은 각각 44.3%, 35.3%, 12.7%로 나타났다. 막말 이상의 선거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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