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인세 인하···英·獨·中·日 앞다퉈 추진韓나홀로 인상···기업활동 어렵게 만들어GDP 매년 1.7% 감소···고용악화 악순환
기업은 끊임없이 위기를 강조한다. 기업도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위기감이 커질수록 생존을 위해 극단의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로 불리고 있다. 여기에 법인세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기업하기가 더욱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법인세 인하라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 국회는 지난해 말 국내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세계 각국은 법인세 인하를 앞 다퉈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법인세율을 올해부터 최고 35%에서 21%로 낮췄다. 이에 따라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보다 4%포인트 낮아졌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주요국들도 법인세 인하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한시적이지만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행 30%에서 25%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현행 33.3%인 법인세율은 임기 동안 25%까지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밖에 독일과 영국은 물론 중국도 법인세를 낮췄거나 낮출 계획이다.
법인세를 높이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기업이 내는 세금이 많아질수록 국가가 부유해지고 복지재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법인세를 인상한다고 해서 국내 기업들이 곧바로 해외로 이전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어느 나라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조건으로 싸우게 된다. 한국에 적을 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면서 불리한 조건에서 싸우게 되는 셈이다.
이미 한국 기업들은 각종 세액공제 제도가 줄어들면서 유효법인세율(현금흐름표상의 법인세 납부액을 손익계산서 상의 법인세 차감전이익으로 나눈 수치)이 해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2~2016년 5년간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가 애플(17.2%), 퀄컴(16.6%), TSMC(9.8%)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부담했다. 특히 한국 기업은 법인세는 물론 각종 법정부담금과 기부금, 성금 등의 ‘준조세’ 부담률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더욱 가중 되는 셈이다.
한국의 법인세율 인상으로 인해 투자 감소와 자본 유출이 일어나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1.7%씩 감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성장둔화가 고용악화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세율을 인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법인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세제개편을 서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를 낮춘다고 해서 당장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입장에서 법인세 부담률이 낮은 곳에 먼저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내 기업들도 세제혜택을 바탕으로 미국·중국 등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인세 인하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보유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세계적인 테스트베드로 손꼽힌다. 세계 적인 기업을 끌어들일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기업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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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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