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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졸속 추진···반복되는 흑역사

[대한민국 신도시 리포트①] 30년간 졸속 추진···반복되는 흑역사

등록 2019.07.08 06:36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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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요 분산 목적, 탄생부터 속전속결강남 집값 잡으려다 부동산 폭등 부작용최근 3기 지정에 2기 미분양 등 후폭풍인구 절벽···주택 대규모 공급 재고해야

 30년간 졸속 추진···반복되는 흑역사 기사의 사진

신도시.

자연발생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아닌 처음부터 계획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말한다. 올해는 지난 1989년 첫 계획도시인 1기 신도시가 공급된 지 30년이 된 해이다. 그 동안 정부는 뛰는 서울 집값을 잡고 국민들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1989년 1기 신도시를 시작으로 2003년 2기 신도시, 올해 3기 신도시를 발표했다.

그러나 벌써 서른살이 됐지만 대한민국 신도시는 아직도 미생이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강남과 강북, 신도시와 신도시들간 까지 대한민국 부동산 바로미터인 강남 집값폭등과 양극화의 주범이란 오명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더욱이 최근엔 일산 등 신도시 주민들의 집단반발에 정부와 3기 신도시가 벼랑끝에 몰리고 있다. 반복되는 즉흥과 졸속 추진으로 흑역사를 반복하는 대한민국 신도시의 현주소는 어디쯤 일까.

◆일본 벤치마킹한 1기···분당 빼곤 모두 베드타운 전락

한국의 신도시 정책은 1960년대 대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한 일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1기 신도시가 발표된 것은 1989년이었다. 집값이 폭등하고 주택난이 심해지자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5개 신도시 건설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가 공급될 1980년대 정부는 주택건설 200만호 개발 계획에 큰 비중을 두고 서울 시내와 외곽 주택 공급에 치중했다.

그러나 비싼 땅값 문제 등에 가로막히면서 정부가 눈을 돌린 곳은 서울 인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였다. 이에 수도권 5곳에 신도시 건설 사업을 발표하며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25km 사이에 입지한 베드타운 성격의 신도시를 건설했다. 입지 선정부터 초기 입주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5년으로 수도권 200만 가구는 급속히 공급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분당’과 ‘일산’이 편적이 가장 크다. 분당신도시는 전체 19㎢ 넓이에 9만 7000가구 39만명을, 일산신도시는 15㎢ 넓이에 6만 9000가구 27만 6000명을 수용했다. 나머지 세 신도시는 4.20~5.45㎢ 규모에 약 4만 1000~4만 2000가구 규모로 조성됐다.

그러나 지금 집값이 안정세인 분당은 성공인 반면 또다른 일산은 각종 악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자족기능 부재에다가 최근엔 3기 신도시 발표까지 겹치면서 집값마저 하락세다.

실제 현재 일산 주변으로 계획되거나 공급된 택지는 장항택지지구·삼송지구·향동지구,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와 3기 신도시 중 하나인 ‘창릉지구’가 있다. 장항지구 1만 2000가구, 삼송지구 2만 2000가구와 창릉지구 3만 8000가구 등을 총합하면 10만가구 규모에 이른다.

반면 인구유입을 유도할 기업 등 자족시설은 부족한 상황에서 주택만 짓는 것이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유동인구 대부분이 종로와 강남 등 서울 중심지로 출퇴근하는 상황에서 그에 버금가는 조건이 일산 일대에 갖춰지지 않는 이상 주거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 지역 중개사들의 반응이다.

네이버부동산 기준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1단지대우’ 아파트의 전용면적 59㎡ 매매가는 지난해 2억8700만원에서 2억7500만원으로 약 1000만원 하락한 상황이다. 백석동의 ‘흰돌1단지금호타운’ 51㎡는 1년 넘게 유지해 온 매매가 2억5500만원이 3월 들어 무너지면서 현재 2억5000만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문제는 전세가가 2억3500만원으로, 매매가와 약 2000만원 정도 밖에 차이를 두지 않는 점이다.

반면 분당은 안정세다. 3기 신도시와는 거리와 입지 면에서 접점이 거의 없는데다 수요와 공급시장이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당신도시는 상업시설과 기업활동, 베드타운의 역할 분담으로 자족기능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신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2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인 판교개발과 판교 내 테크노밸리가 성업을 이루면서 분당구 전체가 하나로 묶여 움직이고 있다.

분당구는 강남과 이웃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끼고 있다. 서울 종로까지는 약 30분 이내로 이동이 가능한 다수의 버스노선이 있고, 지하철 분당선으로 왕십리, 선릉 등지를 오갈 수 있다. 향후 GTX 개발 수혜도 예상된다.

◆강남 집값과의 전쟁치른 2기···교통 양극화 미분양 등 골머리

역대 정권 가운데 신도시 건설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건 의외로 보수정권인 김영삼 정부였다. 직전 노태우 정부시절 단행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신도시 200만 호 건설이 당시에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단시일 내 군사작전하듯 때려짓다 보니 자재난에 바닷모래 파동 같은 부정적인 뉴스가 연일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YS가 직접 “내 임기 중엔 신도시의 신(新)자도 꺼내지 말라”고 엄명을 내릴 정도였다. 실제 이후 10여 년간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뚝 끊겼다.

실제 노태우 정권시절인 1990년 37%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값이 1992년 -4.3%, 1993년 -2.8% 등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16.4%나 폭락해 정반대의 집값 파동을 걱정해야 했다.

그러나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반대 장면이 연출된다. ‘강남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한 진보정권 초기에 집값이 오히려 미친 듯 더 뛰었다는 점이다. 집권초기 과욕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나 대출제한 같은 수요억제책을 마구 쏟아부은 게 되레 화근이 됐다. 시장의 반격으로 불길이 정점에 달할 때 마지못해 내놓은 카드가 바로 신도시 건설이었다.

“새 아파트 분양가 인상이 집값상승의 주범”이라며 공급확대에 그토록 반대했던 게 진보진영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시장의 수급논리 앞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2·3기 신도시라는 매머드급 공급계획을 ‘토건족(土建族)’ 보수정권이 아니라 진보정권에서 내놓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래서 탄생했다.

2기 신도시가 공급된 2003년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 이뤄졌다. 당시 서울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2기 신도시 건설을 발표, 경기 김포한강과 인천 검단, 화성 동탄1·2기, 평택 고덕, 수원 광교, 성남 판교, 서울 송파위례, 양주 옥정, 파주 운정 등 수도권 10곳과 충남 아산, 대전 도안 등 총 12곳이 신도시로 지정됐다.

1기 신도시와 다르게 2기 신도시는 서울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건설 됐다. 쾌적한 주거여건을 제공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시 1기 신도시는 주택기능만을 갖추고 있어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벗어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1기 신도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적인 도시로서 자족기능을 갖추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오히려 도시의 독립성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으로 2기 신도시는 판교와 위례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반경 30~40km 내에 건설됐다.

그러나 현재 2기 신도시 중 성공작으로 불리고 있는 도시는 판교와 광교, 위례 등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자족기능을 강화하고자 서울과의 접근성을 무시했던 2기 신도시는 실패에 가깝다는 평가다. 10년간 집값 추이가 이를 대변한다.

김포한강신도시는 2008년 12월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이 3.3㎡당 1040만원이었지만 올해 5월 기준 3.3㎡당 1115만원으로 으로 10년간 3.3㎡당 50여만 원 상승에 그쳤다. 양주 신도시도 상황은 이와 다르지 않다. 2016년 12월 기준 양주신도시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865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도 여전히 1000만원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천지역은 올해 3월 기준 미분양 물량이 2454가구로 1년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이 중 절반에 달하는 1386가구는 검단신도시가 위치한 서구에 몰려있다.

‘검단신도시 파라곤 1차’는 1순위 청약 모집에서 874가구 모집 결과 단 65건만이 접수됐다. 2순위에서도 추가 신청이 199명에 그치면서 무려 61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양주 옥정신도시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도 1순위청약마감에 총 1408가구 중 284가구가 미달됐다.

10억원 넘게 오른 신도시가 있는 반면 가격 상승은 고사하고 미분양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2기 신도시의 운명은 무엇이 갈랐을까. 업계에서는 크게 강남 접근성, 즉 교통과 공급과잉을 꼽았다.

실제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교통편으로 경의중앙선을 이용할 경우 배차간격만 25분에 달한다. 경기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파주에서 서울로 출퇴근 시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87분으로 성남(65분)보다 22분이 더 걸린다.

GTX 등 교통편이 계획됐지만 진행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준공률은 지난해 말 기준 50.8%로 2011년부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입주가 끝나지 않은 단지가 상당수 존재한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할 경우 김포한강신도시에서 9호선 개화역까지는 버스로 45분이며 지하철로는 14개 정거장을 지나야 여의도 도착이 가능하다. 소요시간만 90분에 달하는데다 집에서 나와 회사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3기 밀어붙이는 정부···집단반발로 삐그덕

신도시 흑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조짐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에 이어 지난달 7일 경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총 5곳을 3기 신도시로 확정하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산, 파주,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은 집값 하락과 교통 악화를 이유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해당 지역 주민들도 헐값 보상을 우려하며 토지 수용을 반대하고 있다. 이전의 1·2기 신도시 지정 때와는 판이한 반응이다.

무엇보다 1,2기 신도시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서울 인근에 입지를 선정했지만 오히려 화근이 됐다는 평가다. 남양주 왕숙 위치는 2기 신도시인 남양주 별내와 7㎞, 양주 옥정과는 27㎞ 떨어져 있고, 인천 계양도 2기 신도시 인천 검단, 김포 한강과 인접해 있다.

파주 운정, 양주 옥정, 김포 한강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 조성 후 건설사에 아직 팔지 못한 미매각 토지가 50만~100만㎡에 달한다. 파주 운정, 김포 한강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인천 검단은 올해 1만2000가구 분양에 들어간다. 2기 신도시는 판교를 빼고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과 근접성이 더 좋은 곳에 3기 신도시를 짓고 교통 대책도 서둘러 마련한다고 하니 수년째 교통망이 구축되지 않아 출퇴근 전쟁을 치러온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인천지하철 2호선 등 교통 대책을 발표하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2기 신도시를 조성하며 정부가 교통망 구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공급과 함께 정부가 앞서 1,2기 신도시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신도시 자체의 자족성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지와 위치에 따른 지역별 전문산업 육성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모습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합리적인 분양가와 자족기능, 광역교통망 등 인프라 개선 속도가 성공의 열쇠”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행정지원과 문화·교육·업무 집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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