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책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단박에 되돌리는 초강수(超强手)다. 전임 정부가 28번이라는 사상 최다를 기록하면서 도입한 정책을 한 번에 끊어냈다. 보수층에선 풀 수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박에 잘라낸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빗대고 있다.
너무 급격한 정책 선회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물론 정부도 꾀는 있다. 금리라는 강력한 하방압력이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을 억누를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을 것이다. 금리가 가격을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량을 늘려서 연착륙을 시도하겠단 전략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과 영끌족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수혜자는 현금성 자산을 많이 가진 부자와 다주택자다. 금리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서민과 20~40대 영끌족은 이자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집들은 또 다른 실수요자나 서민이 아니라 규제라는 속박에서 벗어난 현금부자들이 '줍줍'하기 딱 좋은 먹이다.
곱씹을수록 이번 정책은 너무 섣부르고 과도하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재물삼아 정권을 창출했기 때문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물이 차갑거나 뜨겁다고 샤워기 꼭지를 양끝으로 계속 돌리면 원하는 온도를 얻지 못한 채 수도만 고장 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은 모든 것을 공공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임대공급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데 있다. 수요자들은 아파트를 살고 싶어 하는데 1~3룸 빌라나 오피스텔을 임대로 공급한 것이다. 그마저도 소득제한을 걸어서 사실상 일반적인 기업을 다니는 회사원들은 신청자격 조차 없었다.
현 정부의 정책은 이와 정반대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겠단 생각이다. 시장이 공급과 수요를 조정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전임 정부가 공급을 틀어막아서 집값이 폭등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하지만 과하게 풀어버린 정책의 쓰나미에 쓸려갈 서민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전임 정부와 현 정부의 극단성은 그들 저변에 깔린 사상과 생각의 대립에서 비롯된다.
전임 정부는 시장개입을 통한 규제와 성장을 중시하는 '수정자본주의'가 토대다. 운동권 시절부터 내려오는 노동중시 성향도 깔려있다. 이들에겐 한국공간환경학회가 정책과 사상을 제공한다. 6·10민주화운동의 자극을 받아 이듬해인 1988년 7월 창립된 한국공간환경연구회가 전신인 단체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변창흠 전 국토부장관,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는 서강학파가 이론적 토대와 정책의 그림을 제공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무한 신뢰하는 보수진영의 신자유주의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 서강학파는 자유방임주의 사상에 입각한 업적 제일주의적인 경제정책을 중시하는 경제학파다. 서울상대학파와 함께 국내 경제 분야 인맥을 대표하는 집단이다. 박정희 정권 때 재무장관을 역임한 남덕우 교수에서부터 현 정권의 정책적 배후로 꼽히는 김경환 서강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서민은 이 두 집단과 정권이 벌이는 사상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때 전세 가격과 집값이 치솟으면서 올려줄 전세금에 허덕이고 내 집을 마련했더니 세금을 얻어맞았다.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이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번 정부에서도 현금부자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는 한 쪽 날개만으로 날 수 없다. 왼쪽 날개(左翼)과 오른쪽 날개(右翼) 균형을 맞춰야 한다. 바람과 저항에 따라 한 쪽 날개에 더 힘을 실을 순 있지만, 반대쪽 날개를 완전히 꺾어버리고선 날 수가 없다. 정책 싸움도 중요하지만 그 영향아래 놓일 개개인의 사정과 사연에 귀 기울지 않으면 안 된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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