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소위 '이자장사'는 해마다 지적되는 단골 소재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부 및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 수위가 한 층 심화하고 있다. 은행은 이미 국민들에게 '공공재', '약탈적 행위' 등 원색적인 단어가 난무하며 '공공의 적'이 됐다. 은행들이 이미지 제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은행은 공공재'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나중에 공무원 연금도 받는 거냐"는 자조섞인 푸념마저 나온다.
고금리,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경제는 어려워진 반면 은행권에서는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건 사실이다. 얼마전 발표된 지난해 실적도 은행은 이자수익을 기반으로 수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은행의 이익 성장에 금융그룹들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은행원들의 성과급도 논란 거리가 됐다. 신한·K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해 성과급은 총 1조3823억원. 대다수 은행들의 임원들은 평균 성과급이 '억' 단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성과급이나 희망퇴직금 등 민간기업의 보상체계까지 간섭하는 것은 '관치'라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올해 초 실적개선, 주주환원 기대감 등에 훈풍을 탔던 은행주가 정부 및 금융당국 '돈 잔치' 지적에 무너져 내린 것도 안타깝다. 금융그룹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주주환원책을 실시했음에도 주가는 정부 및 당국 규제에 반응하며 제대로 된 상승조차 없었다. 국내 금융사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결정하다보니 "은행은 절대 안 망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금융그룹, 은행은 금융공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다. 국책은행이 아닌 사기업이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듯이 주식회사의 주권은 주주에게 있다. 또한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잦은 간섭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잘못에 대한 책임도, 고객들의 외면으로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도 은행 스스로 견뎌야 할 무게다.
금융당국이 외친 '은행의 완전경쟁'도 단순 플레이어만 많아진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행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메기 역할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일반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와 관치로 발목이 묶인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굴지의 글로벌 은행들이 한국시장에서 손을 떼고 떠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은행들도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고 그 수익이 국민, 고객에게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은행들은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줄면서 사회공헌 금액이 줄었다고 항변 하지만 지난 2021년까지 최근 2년간 은행권 사회공헌 금액이 감소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질타 속에 등 떠밀리듯이 내놨던 '취약계층 3년간 10조원 공급'이라는 공약이 자발적이었다면 지금처럼 여론이 차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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