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정책 반응 제한적실수요층 거래 기대했지만···중개업소 '썰렁'금관구·노도강·광명·영통, 일제히 거래량 뚝
지난 25일 오전에 찾은 서울 구로구 고척동 일대 중개업소에서 들은 첫 마디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고척동 일대에서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대형 브랜드 단지 중 하나로, 그동안 비교적 꾸준한 거래 흐름을 보여왔지만 6·27 대책 이후 '거래절벽'을 피하지 못했다. 대책 발표 직전 한 달 간 8건이었던 이 단지의 매매 거래량은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현재까지 단 1건에 그쳤다. 게다가 이 1건 역시 발표 직후인 6월 28일 체결된 건으로, 사실상 이후 실거래는 전무했던 셈이다.
구로구 고척동뿐만 아니라, 실수요 단지로 통하는 개봉동 역시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단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는 '급매', '실입주 가능', '6억 초반 가능' 등의 문구가 나붙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문의조차 없이 한산하기만 했다.
현장에선 "풍선효과는 커녕, 썰렁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책 발표 직후엔 실수요자 유입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라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진 않았지만, 거래도 활발하지 않아요. 오히려 반 토막 이하로 줄었어요"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27일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를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6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기대됐다. 특히 서울 외곽(금관구·노도강)과 수도권 중급지(광명·수원 영통 등)는 6억원 이하 매물이 밀집된 대표적인 지역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정부 대책 발표 후 이들 지역에서는 거래가 오히려 급감하는 흐름이 확인된다.
<뉴스웨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6·27 대책 발표 전후 한 달 사이 서울 외곽과 수도권 중급지 8개 지역 모두에서 거래량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을 비롯해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과 광명·수원 영통 등 서울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제외한 이른바 '비(非)상급지'에서도 거래량이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서울 외곽 6개 지역 중 거래량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구로구다. 발표 전 한 달간 853건에 달했던 매매 거래량은 발표 이후 175건으로 줄며 8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구로구의 경우 대책 발표 직전 개봉동 세이지움(청년안심주택, 354건)에 일부 입주 물량 등이 집중되면서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부풀어 오른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감소율은 약 65% 수준으로 조정된다. 이는 다른 외곽 지역들과 유사한 흐름이다.
이 외에도 노원구(-69%), 금천구(-64.3%), 강북구(-56.4%) 등도 대책 발표 전과 비교해 거래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 수도권 중급지로 일컫는 광명시는 69.8% 감소, 수원 영통은 56.6% 감소로 서울 외곽 못지않은 거래 위축 흐름이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가 실수요 시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매수자들이 관망세에 들어가면서 거래가 빠르게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6·27 대책 발표 후 아파트 시장은 거래량 감소에 그치지 않고, 거래 가격 등도 하락세로 접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한 풍선효과는 없고,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도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직방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서울 노원구의 중위가격은 대책 발표 전 5억9500만원에서 발표 후 5억1900만원으로 하락했다. 금천구도 5억8250만원에서 5억4500만원으로, 구로구는 7억19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각각 하락하며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역에서 거래량, 가격, 거래 면적 등이 모두 줄어드는 등 시장 정체 흐름이 명확해지고 있다.
본 기자가 현장을 둘러본 결과를 종합하면, 시장은 여전히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채 '거래 정체'와 '관망 흐름' 속에서 숨 고르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일부 대장급 단지는 가격을 방어하며 버티고 있지만, 중소형 단지나 비선호 입지에선 실거래가가 점차 빠지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금관구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책 발표 후 관심은 있지만 실제 계약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며 "급매물을 중심으로 일부 가격 조정이 있지만, 당분간은 거래 추이를 지켜보는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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