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황 부진 '직격타'···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위기 탈출'LG화학,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 예고···여수 NCC 2공장 매각설롯데케미칼, 신사업으로 리스크 분산···석유화학 설비 투자 계속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신용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인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이는 지난해부터 본업인 석유화학 불황으로 자체 현금창출력이 낮아진 데다 사업다각화에 따른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에 따른 재무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다.
석유화학 업황이 예상보다 더디게 개선되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통적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찍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일찌감치 사업재편을 서두르면서 지난해 3·4분기를 기점으로 첨단소재사업의 영업이익이 석유화학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롯데케미칼도 지난 3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완료하고 뒤늦게 동박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회사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은 이번 2분기부터 롯데케미칼에 편입된다.
LG화학, 배터리 소재 사업으로 '무게추' 이동
두 회사가 현재의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은 큰 틀에서 사업다각화로 일치한다. 하지만 본업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면서 방향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에 나란히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흑자전환이 유력시 된다. 하지만 향후 성장성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면서 시장에서는 양사의 각기 다른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은 만큼 기존 사업 비중을 크게 줄이고 아예 배터리 첨단소재 기업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이어 LG화학이 최근 가동을 멈춘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제2공장의 인력 재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사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NCC는 나프타를 활용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LG화학의 NCC 2공장은 지난 4월 정기보수에 돌입했다. 하지만 최근 석유화학 시황이 예상을 밑돌자 공장 재가동 시점을 잡지 못하고 여전히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최대 소비국 중국의 공격적인 NCC 증설로 공급과잉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부진한 만큼 NCC 2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당장 단기적으로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신사업 투자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사업 확대···신사업으로 '리스크 분산'
석유화학 사업 구조조정을 예고한 LG화학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올해 석유화학 부활을 노리고 있다. 기존 사업 비중을 유지하면서 신사업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NCC 가동률을 지난해 말 기준 82%에서 90%로 확대했다. 석유화학 시황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여 실적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롯데케미칼 사업은 크게 △기초소재 △첨단소재 부문으로 나뉘는데, NCC 스프레드(마진)가 높게 유지되면 기초소재 사업 부문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사업부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업체들이 NCC 처분을 고려하는 사이 오히려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쟁사들의 공급 감소에 대한 반사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반텐 주 지역에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사업비가 39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2025년 완공되면 연간 에틸렌 100만톤, 프로필렌(PL) 52만톤, 폴리프로필렌(PP) 25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인니) 공장을 향후 고부가 화학소재 포트폴리오를 생산하는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올해 석유화학 사업실적을 회복세로 전환한 뒤 2025년부터 인니 프로젝트와 배터리 소재 공장건설로 함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친환경 화학소재를 개발하는 등 사업구조 대전환에 나섰다"며 "이 과정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화학 지분을 매각하고 사업을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대전환을 선언했던 동종업계 기업들과 달리 롯데케미칼 석유화학은 저가 원재료를 미국으로부터 얻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같은 높은 성장세의 수요 거점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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