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TC본더 장비 가격 인상 통보파견 전담 AS 조직도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SK하이닉스 공급망 다변화 시도가 발단된 듯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야기한 불필요한 소모전은 결국 국가 대항전으로 흘러가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 가격을 28% 인상하겠다고 통보했으며 파견했던 AS 인력들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9월 고객사의 다양한 요청에 더욱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40명 이상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SK하이닉스 전담 AS 팀을 창설해 배치했던 바 있는데 이를 철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개발하는 전문기업으로 최근 AI 반도체 시장과 함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HBM의 TC본더를 만드는 곳이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에 열과 압력을 가해 D램을 수직으로 접합할 때 쓰는 장비인 TC본더는 HBM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핵심 장비로 꼽힌다.
한미반도체가 급성장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HBM 시장의 성장세 덕이 컸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큰손인 엔비디아의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고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해왔다.
그 덕에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매출액 5589억원, 영업이익 255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고공행진했다. 2005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당시 매출액이 79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액은 8배 가량 불어났다는 것이다. 한미반도체의 주가도 전날 종가 기준 6만4700원으로 상장 당시 종가 대비 무려 441% 가량 뛰었다.
문제는 협력 관계를 이어온 이들이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발단은 SK하이닉스의 TC본더 장비 공급망 다변화로 풀이된다. 그간 이어져온 한미반도체의 독점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와 특허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화세미텍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 시작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싱가포르 ASMPT와 한화세미텍에 TC용 장비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거래처를 넓히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한화세미텍과 210억원 규모의 HBM TC본더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을 전했다.
이에 한미반도체가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앞서 경쟁사를 향한 이례적인 독설을 쏟아내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곽 회장은 지난달 17일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발표와 함께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며 "ASMPT도 그랬듯 이번에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의 이같은 '기싸움'이 불필요한 잡음으로만 이어질 뿐 궁극적으로 시장 내 시너지 측면을 고려 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보라고 지적한다. 갈등이 심화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발 빠른 대응마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생산 기업들의 공급망 다각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공급망이 단일화되면 해당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고 불가피한 생산 차질시 올스톱 되는 등 리스크가 잔존한다는 점에서다. 이같은 시장 상황들을 감안했을 때 한미반도체의 대응이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더구나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일반적인 '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내 '슈퍼을'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기업인 ASML처럼 한미반도체도 우위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반도체는 그간 SK하이닉스에 장비 독점 공급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데다 미국 마이크론에도 TC본더 장비 공급 계약에도 성공, 경쟁력을 한 차례 더 입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고 국가 대항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업계 간 합심해도 모자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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