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부터 대만 TSMC 방문까지 현안 직접 챙겨트럼프 관세 속 민간 경제 외교의 역할도'초불확실성 시대' 파고 리밸런싱으로 대응할 듯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9일 대만을 방문했다. 작년 6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이자 대만 기업인 TSMC를 들른 이후 10개월 만이다.
최 회장의 대만 출장길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했으며 이번 역시 TSMC를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의 대만 방문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 6세대(HBM4) 올 하반기 양산 계획에 앞서 TSMC와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물량 대부분을 소화해내며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HBM4부터는 생산 공정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메모리 제조사들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HBM4부터는 미세 공정이 필요해 파운드리 선단 공정이 활용된다.
SK하이닉스는 이에 작년 4월 TSMC와 기술 협력을 위해 손을 잡았고 HBM4 개발 및 패키징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9일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히며 가장 발빠르게 치고 나오기도 했다. 이에 TSMC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최 회장과 곽 CEO가 직접 TSMC를 방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 회장의 올해 글로벌 경영 행보는 대만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5 행사에서도 참관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영업사원'으로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최 회장은 SK그룹 부스에 전시된 SKC의 미래먹거리로 여겨지는 유리기판 모형을 들어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했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40% 빨라지고 전략 소비량과 패키지 두께는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차세대 기판이다. 특히 최 회장이 CES 현장에서 부스를 들르기 전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을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엔비디아향 유리기판 공급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지난 2월 초에는 방한 중이던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날도 곽 CEO와 유영상 SK텔레콤 CEO가 자리를 함께 했으며 AI 반도체 등 AI 생태계에 대한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는 최 회장은 같은 달 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민간 경제외교를 위해 20여명의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 워싱턴DC를 찾았다. 최 회장은 사절단과 함께 백악관, 재무부 고위 당국자, 의회 주요 의원, 주지사 등을 만났으며 관세를 비롯한 통상정책 논의,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제와 대미 투자협력을 위한 액션플랜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직면하고 있는데다 국내 정세는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국가 리더십 부재를 맞았던 만큼 민간 경제사절단으로서 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컸다고 평가된다.
다만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고 국내 정국 또한 탄핵 이후에도 안정화되지는 못했다.
최 회장도 지난달 25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정을 가능한 미루게 된다"며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가장 큰 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SK그룹도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는 파고를 넘기 위해 작년부터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을 통해 체질 개선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영 환경이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변화해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이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할 듯 싶다"며 "SK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밸런싱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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