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과 동시에 한국영화 흥행 톱을 달리는 ‘동창생’은 오롯이 최승현의 무게감으로 극 자체를 이끌어 간다. 극중 18세 북한 소년 리명훈은 그냥 최승현이란 배우를 보고 쓴 맞춤형 배역처럼 느껴졌다. 그냥 최승현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가 ‘동창생’ 같았다. 워낙 말수가 적은 그는 칭찬을 넘어 극찬이라며 “어휴”라는 탄성과 함께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최승현은 “낯선 상황에 놓이면 좀 당황하는 게 있다”면서 “데뷔 한지 좀 됐는데도 이상하게 칭찬은 낯설다”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을 주무르는 톱스타다. 수만 명을 하나로 묶는 무대위 카리스마는 온대간대 없었다. ‘이 청년 참 괴상하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금도 일이지만 일할 때는 딱 거기에만 집중하면 되는 데 일상에서의 낯선 상황은 참 어색하다”면서 “지금의 칭찬도 내겐 낯설다. 그래서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성격도 내성적이고”라며 나직이 말했다.
그렇게 보면 ‘동창생’ 속 리명훈은 최승현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었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그래서 있는 듯 없는 조용한 남파 간첩, 그 속에 사연을 품은 남자. 이건 최승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배역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앞에 앉은 그의 눈에서 아직도 리명훈의 외로움이 서려 있었다.
최승현은 “출연 제의를 받고 배역을 만들어 가고 촬영을 하는 거의 1년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무식할 정도로 나 자신을 가뒀다. 그런데 난 이런 방법밖에는 모른다. 정식으로 연기를 배워 본 적이 없기에 이 방법이 나한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무식한 방법은 최승현의 존재감과 시너지를 발휘했다. ‘동창생’ 속에서 최승현은 거의 대사가 없다. 손에 꼽을 정도다. 일부 대사는 최승현이 만들어 냈을 정도다. 1년간을 ‘동창생’ 속 리명훈만 생각하며 살아왔기에 각각의 상황 속에서 리명훈이 실제로 했을 법한 말을 떠올렸다. 아니 자신이 리명훈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승현은 “솔직히 영화 자체는 내용이 너무 뻔하다. 그래서 출연도 꺼렸던 게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우연히 다시 읽었는데 리명훈이 너무 불쌍했고, 또 외로워 보였다. 한 순간 그의 모습에서 나를 보게 됐다. 결국 ‘이거 내가 해야 겠는데’란 생각이 들었다”고 진지한 모습으로 설명했다.
사실 ‘동창생’ 외에도 여러 시나리오가 그에게 집중되고 있단다. 충무로에 “기획중인 영화 중 20대 남자 캐릭터 영화는 무조건 0순위가 최승현이다”는 말까지 실제로 돌고 있다. 그의 탁월한 존재감도 그렇지만 전문 배우 출신이 아님에도 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시나리오 해석력 때문이다. 감독이나 제작자 입장에선 스타성에 영화 전체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승현은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말라”면서도 “아마도 가수이기에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은 더 해석력에서 재능을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분에서 최대 5분 정도의 무대 위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줘야 하는 가수들이기에 집중력, 그리고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할 수 있는 방식을 알고 있다는 것.
그는 “난 테크니컬한 배우가 아닌 감성적인 배우다”면서 “신곡을 받으면 무대 위 안무를 위해 영화 속 장면을 그리기도 한다. 캐릭터를 연구해 무대 위 나를 만든다. 이런 작업이 시나리오 분석에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동창생’ 개봉 뒤 ‘최승현에 의한, 최승현을 위한, 최승현의 영화’란 평가가 쏟아졌다. 칭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극 전체에 스스로를 숨기지 못한 연기적 스킬을 지적하는 말일 수도 있다. 그는 “난 배우로선 겨우 햇병아리다. 어떤 평가도 내겐 과분하다”고 손사래다.
충무로의 시나리오가 배우 최승현을 집중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할 터. 하고 싶은 연기도, 해야 할 연기도 앞으로 태산처럼 쌓여 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최승현이 앞으로 절대 하지 못할 해서는 안 될, 또 할 수도 없는 연기가 있을까? 노출? 아니면 연쇄 살인마? 그것도 아니면 코미디?
최승현은 “작품 속 개연성과 재미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벗으라면 벗고 죽이라면 죽이겠다”고 웃으며 “다만 사극은 절대 못할 것 같다. 한 번은 큰 사극 대작에 내가 출연한다고 오보가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저렇게 외계인처럼 생긴 애가?’란 댓글을 본적이 있다. 그 이후 사극은 무조건 포기부터 한다. 아마 힘들 것 같다”고 웃었다.
배우 최승현이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또 수염을 붙이고? 글쎄 ‘동창생’의 최승현을 본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문득 든 생각이다. “최승현이 자신을 가수라고 소개한 것 같은데. 그가 가수였나?”
그룹 빅뱅 멤버 탑 그리고 영화배우 최승현. 그는 당분간 다시 나오기 힘든 스타일의 스타다. 현재 그는 독보적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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