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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7집 ‘다 카포’, 지키고 변화하고 다시 돌아가다

[줌 in 뮤직] 유희열 7집 ‘다 카포’, 지키고 변화하고 다시 돌아가다

등록 2014.11.17 09:07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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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테나뮤직 제공사진=안테나뮤직 제공


뮤지션 유희열 원맨 프로젝트 토이의 정규 7집 앨범이 7년 만에 돌아왔다. ‘다 카포’, 음악적 용어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뜻처럼 지난 20여년의 시간동안 그 음악 인생의 완성체이자 새로운 바람을 담았다. 유희열은 가장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지켜내면서 실험 정신도 빠트리지 않았다.

지난 13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열린 음악 감상회 및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희열 원맨 프로젝트 토이 정규 7집 앨범 ‘다 카포(Da Capo)’를 미리 들을 수 있었다. 유희열은 “음악을 느끼는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며 “이런 자리는 내가 마치 벌거벗은 느낌이다. 그런 기분을 좋아하긴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랜 기간, 묵혀왔던 그의 음악은 7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유희열인 듯 유희열 아닌 유희열 같은’ 앨범이었다. 음악팬들에게 있어 토이의 앨범은 그의 독특하면서도 감성적인 취향을 공유하는 것 그 자체였다.

Da Capo : 처음부터 다시 혹은 처음부터 반복해서’의 사전적 의미처럼 20년 활동을 정리함과 동시에 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될 미래를 조망하는 이번 음반의 감상 포인트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희열 7집 ‘다 카포’, 지키고 변화하고 다시 돌아가다 기사의 사진


◆ 이적-김동률-성시경, ‘웰 메이드’ 보컬리스트와의 협업

이번 앨범에는 비슷한 세대, 일맥상통한 아티스트형 음악인으로 분류된 이적, 김동률과 그들의 감성을 공유해온 후배 성시경이 한 음반을 통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의 무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적과 성시경은 각각 5집 ‘모두 어디로 간 걸까’와 ‘소박했던 행복했던’, 6집 ‘딸에게 보내는 노래’로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김동률과의 본격적인 작업은 처음이다.

오랜 고민 끝에 타이틀로 선정된 ‘세 사람’에는 성시경이 참여했다. 제목으로 보자면 토이 5집의 연주곡 ‘두 사람’ 혹은 성시경의 대표곡 ‘두 사람’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토이의 최대 히트곡인 ‘좋은 사람’의 10년 후 이야기 같은 내용이며 청춘 드라마 같은 느낌이 강한 곡이다.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역을 맡은 배우 유연석이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우연만은 아닌 듯 싶다. 유희열은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 시놉시스 쓰듯이 썼다”며 “가장 나 다운 곡”이라는 말로 이 곡을 설명했다.

이적이 부른 ‘리셋’은 이 앨범의 초창기에 만든 노래다. 만들 때 부터 첫 번째 트랙으로 염두에 두고 쓴 곡이다. 곡에 맞는 보컬을 구하지 못했다. 반주를 뚫고 나올 보컬이 필요해 가장 애를 태웠다. 하지만 갑작스런 이적의 방문은 이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줬다는 후문이다.

이른바 ‘웰메이드 보컬’ 3부작의 마지막인 ‘너의 바다에 머무네’는 김동률 특유의 호흡과 호소력이 잘 녹아든 곡이다. 워낙 까다로워 남의 앨범에 피처링을 처음 해본다는 김동률이 “이곡 아니면 안부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유희열이 “니 마음대로 해라”고 해서 탄생했다. 풍성한 스트링에 담아 풀어낸 곡으로 곡의 시작부터 ‘이건 김동률 곡이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유희열 7집 ‘다 카포’, 지키고 변화하고 다시 돌아가다 기사의 사진


◆ 새로운 여성 보컬리스트 대거 참여, ‘변화’의 시작

토이 유희열의 이번 앨범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여성 보컬리스트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함께 작업했던 여성 보컬들이 아닌 각자의 개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기 있는 여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특히 유희열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K팝스타’ 출신의 두명의 보컬리스트는 본 앨범의 참신함을 견인하는 중요한 히든카드다. 참여자 중 가장 어린 악동 뮤지션 이수현의 꾸밈없는 목소리가 들어간 ‘Good bye sun, Good bye moon’은 내용적으로는 대표곡인 ‘뜨거운 안녕’과 많이 닮아 있는 토이식 캐롤곡으로 8,90년대 오마쥬 성격이 강하다.

광고 BGM을 통해 티저 형식으로 소개된 ‘그녀가 말했다’에는 이젠 같은 식구가 된 권진아의 재발견이 반가운 곡이다. 예전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오랜 코너 제목이기도 한 이 곡은 화려한 치장 없이 제이레빗 정다운의 피아노와 권진아의 목소리에만 초점을 맞춰 담담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풀어낸 것이 이 곡의 포인트다.

권진아의 과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가창이 감성을 더한다. 피아노 선율 위에 절제된 감정은 사랑했던 사람을 보내는 이별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가사가 인상 깊다. 노래 마지막의 “잘지내지 마요”라는 가사는 이별한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좋은(?) 곡이다.

개성 강한 두 명의 여성 보컬리스트도 유희열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유희열이 무한 애정한다는 선우정아는 ‘언제나 타인’에 참여했다. 이 곡에 대해 유희열은 “6~70년대 이탈리아 B급 에로영화 OST의 분위기에 어른들의 결핍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통속적 마이너 뽕 발라드다. 신주쿠 가부키 거리가 생각난다”고 설명했다. 유희열 다운 해석이다. 선우정아의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몽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음색이 안성맞춤인 곡이다.

두근거리고 조심스러운 감정을 묘사한 짧은 연주곡 ‘피아노’와 그 테마에 가사를 붙여 완성한 ‘피아니시모’는 ‘매우 여리게’를 내포한 의미 자체로 충분한 곡이다. 이 곡에는 기타(이상순)가 중심이 된 편곡을 담았으며 여리게 속삭이는 김예림 특유의 보이스 컬러와 재즈틱한 목소리가 편안함을 전해준다.

“조심 조심 들킬까 한걸음 피아니시모”라는 가사는 가볍지만은 않은, 조심스럽고 설레는 소녀의 마음을 담았다. 유희열은 “마치 내가 소녀가 됐다는 생각으로 동시를 쓰듯이 쓴 곡”이라고 설명했다.

 유희열 7집 ‘다 카포’, 지키고 변화하고 다시 돌아가다 기사의 사진


◆ 음악적 시도와 변화의 모색, ‘힙합’ 혹은 ‘퓨전 재즈’

7집 앨범 중 가장 실험정신이 강한 곡으로 꼽는 곡 중 하나는 ‘인생은 아름다워’와 ‘U&I’다. 이 두 곡은 랩이 더해진 유희열의 새로운 음악적 변화를 꾀한 곡으로 최근의 대중음악 조유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작법의 형태나 사운드의 질감만으로 보자면 실제 이전부터 해왔던 토이 음악의 새로운 버전이라 볼 수 있다.

알앤비와 소울 보컬의 떠오르는 신예 크러쉬와 대세 래퍼 빈지노가 참여한 ‘U&I’는 토이 5집 ‘내가 남자친구라면’을 레퍼런스로 만들어진 가벼운 사랑노래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 설렘을 묘사한 곡이다. 거기에 프라이머리가 편곡에 참여하며 조금 더 리듬감이 부각됐다.

유희열은 “녹음실에서 데모를 부르는 순간 이건 내가 부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노래”라면서 “토이 앨범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랩, 일명 ‘꾸부리 창법’이 들어간 곡이다”라고 설명한다.

유희열이 가장 공을 많이 들였으며 또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곡이라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메바컬쳐의 대표주자인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크러쉬 등이 총출동한 것도 모자라 브라스와 스트링 세션까지 화려하게 더해진 곡이다.

특히 다이나믹듀오의 자전적인 내용의 랩이 인상적이며, 유희열의 펑키한 건반 터치와 신재평(페퍼톤스)이 며칠 밤을 꼬박 새워 만들었다는 프로그래밍 신공이 주목되는 곡이다.

이 곡의 녹음이 끝난 후 개코는 유희열에게 “우리들을 싫어하느냐. 1년 간 연락하고 지내지 말자”라고 문자를 보냈다며 웃는다. 그의 말대로 ‘힙합’은 절대 아니지만 다이나믹듀오의 랩과 함께 자이언티 특유의 목소리가 감성을 더해 좀 더 풍성한 곡으로 완성된 느낌이다.

 유희열 7집 ‘다 카포’, 지키고 변화하고 다시 돌아가다 기사의 사진


◆ 마침내 이 앨범의 ‘완성’에 이르게 된 두 곡

누군가는 조금 아쉽겠지만 또 누군가는 다행이라고 안도할지 모르는 ‘우리’와 ‘취한 밤’ 딱 두 곡에서 유희열의 보컬을 만날 수 있다. 흔들리는 청춘과 추억의 찬란함, 그 접점을 노래하고 있는 ‘우리’는 ‘여름날2’라는 숨겨진 부제가 있다. 특히 ‘리셋’과 함께 유희열 개인적인 상황이 담긴 곡으로 미디움 템포 모던록의 묘한 대입이 어울리는 곡이다. 유희열의 담담한 보이스가 돋보인다.

앨범의 인트로 격인 연주곡 ‘아무도 모른다’와 유희열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더해진 ‘취한 밤’. 이 곡은 앨범이 완성 된 후 급하게 들어가게 된 곡이다. 고 신해철을 생각하며 지은 곡이다. 유희열은 “해철이 형이 세상을 떠난 밤, 술에 잔뜩 취해 집에서 만든 곡”이라며 “형은 가면서도 나에게 곡을 주고 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변하고 또 잃어가는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어쩌면 그토록 오랫동안 고민하던 ‘다 카포’가 채우고자 했던 것들이 ‘우리’와 ‘취한 밤’의 트랙을 통해 이 앨범의 해답에 이르게 됐다.

“청춘을 추억하는 쓸쓸한 생활, 바보 같은 연애의 후일담이 전편에 걸쳐 변함없이 흩어지는 앨범이다” - 유희열

[사진=안테나 뮤직 제공]

김아름 기자 beaut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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