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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부채 증가→내수감소→또 빚"··· 쳇바퀴 도는 韓경제 탈출구 있나

금융 금융일반 NW리포트

"부채 증가→내수감소→또 빚"··· 쳇바퀴 도는 韓경제 탈출구 있나

등록 2024.07.30 07:34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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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리인상에도, 7월 주담대 5조원 증가GDP比 가계대출 99%···금융안정 부정 영향정부, DSR 시행 등 '정책 엇박' 비판에 대응

 "부채 증가→내수감소→또 빚"··· 쳇바퀴 도는 韓경제 탈출구 있나 기사의 사진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으려 전방위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리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고전을 겪는 모양새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빚 내서 집사라'라는 시기를 거쳐 코로나19 시절 '영끌' 열풍이 불면서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보금자리론, 버팀목, 디딤돌 대출 등 정책금융이 한 해 동안 역대 두 번째(28조3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그 동안 GDP(국내 총생산)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100%를 돌파했고, 금리 인상기 국민들의 금리 부담이 크게 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정부는 또 다시 정책금융 집행을 늘렸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또 한 번 금리인하 기대감을 타고 매달 5조~6조원씩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다. '가계부채 증가→내수 감소→경기 침체→또 다시 부채 증가'라는 쳇바퀴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713조307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4조7349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만에 5조3415억원 늘어나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주담대는 6월 말 552조1526억원에서 이달 25일 557조4116억원으로 5조2589억원 뛰었다.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주담대는 올해 4월 540조9903억원에서 5월 546조3060억원으로 5조3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다음달인 6월에도 전월대비 약 5조8000억원 늘어난 552조152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국가별로 비교해도 매우 큰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총 59개국 가운데 4위다. 1위는 스위스(126%)가 차지했고, 호주(108.9%), 캐나다(101.2%)가 그 뒤를 이었다. 5위는 홍콩(92.5%)이 올랐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3분기 100.5%를 기록한 뒤 3년 반 만인 올해 1분기 90%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웃돌 경우 경제 성장과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즉, '가계부채 부담→소득 감소 →내수 위축→채무 부담 증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상황에 급히 은행 현장 점검에 나섰다. 대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진 않았는 지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등쌀에 은행들은 이달부터 대출금리를 인상이라는 미봉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낮아진 시장금리와 들썩이기 시작한 주택가격에 대출 금리 상향 조정만으로는 가계부채을 억제하기 역부족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 자산 75%가 부동산에 쏠린만큼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면 대출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어 금리 조정만으로는 규모를 줄이기 힘들다"며 "조건에 맞는 고객에게 무조건 대출을 해주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대출 금리만 인위적으로 올릴 게 아니라 정부의 정확한 정책 시그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현장점검이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은행들이 볼멘소리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갑자기 연기했다. 이 가운데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 완화로 정책성 대출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또 빚내서 집사라는 시그널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한 쪽에선 가계부채을 줄이겠다면서도, 정책성 대출은 대폭 늘려주는 '엇박'이 난 셈이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취임 후 가장 첫 번째 과제로 '가계대출 폭증' 문제 해결을 꼽았다. 김 후보자는 앞서 국회 청문회를 통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부동산 매수세를 꺾기는 쉽지 않겠지만, DSR 내실화 강화만 외치는 것이 아닌 가계부채 감소라는 결과를 증명할 때"라고 밝혔다. 취임 후 가계부채 감소에 대한 명확한 결과를 내놓겠다는 의지다. 특히 DSR 규제 '범위 확대'를 언급한 만큼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가 적용될 공산이 커졌다.

이보다 앞서 이달 최상목 기재부총리 역시 "금융위에서 2개월 정도의 미세조정을 한 건 관계부처의 각종 정책을 조화롭게 운영하고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가계부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그대로 시행할 것이고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의지는 확고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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