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법인 KCCW 설립, 1차 10억 출자"판매자가 주주조합의 형태로 참여"미정산대금 CB 전환 의향서 접수 시작
큐텐은 8일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법인 설립을 신청하고,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10억원-100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합병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먼저 신규법인을 설립한 후 이 법인을 중심으로 양사의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사업 정상화 추진에 나서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일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양사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9월 2일까지 보류됐다.
ARS 프로그램은 이해관계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간은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구 대표는 이보다 앞선 지난달 29일 법원에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주요 임직원들에게 티몬과 위메프를 큐텐이 합병해 새로운 공공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가칭 'K커머스' 개설 계획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채권을 K커머스 전환사채(CB)로 전환해 이들을 대주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미정산 판매자들은 물론 PG(결제대행사)사 손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KCCW 법인 설립에 따라 사업 정상화 기반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큐텐에 따르면 첫째, 회사는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100% 감자하고, 구 대표는 본인의 큐텐 전 지분(38%)을 합병법인에 백지신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돼 해외 큐텐의 아시아 시장, 위시의 미국·유럽 시장, 샵클루즈의 인도 시장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KCCW는 큐텐의 일본 시장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K뷰티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단기 사업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둘째, 합병법인은 판매자가 주주조합의 형태로 참여한다. 판매자들이 1대 주주로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판매자와 플랫폼,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이커머스 플랫폼이 생겨난다는 의미다.
KCCW는 판매자가 주주로 참여하는 만큼 판매자 중심의 수수료 정책과 정산 정책을 도입하고 운영할 방침이다. 배송 완료 후 7일 이내로 정산일을 대폭 단축하는 신속하고 안전한 정산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셋째,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하고, 자본 유치에도 적극 나선다. 빠른 사업 정상화를 통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KCCW가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완전한 피해 복구가 가능한 탓이다.
이를 위해 KCCW는 사이트 브랜드 변경 및 신규 오픈, 새로운 정산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면서, 판매자 주주조합 결성, 법원 합병 승인 요청, 새로운 투자자 협상도 동시에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KCCW는 이날부터 티몬과 위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8월 말까지 모집한 판매자들로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후 법원에 합병 승인을 요청하겠단 입장이다. 합병이 승인되면 2호, 3호 주주조합이 순차적으로 결성된다.
구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면서 "양사를 합병하면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서 기업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지고, 제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계획에 참여할 미정산 판매자들을 모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유동성이 급한 미정산 판매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 지적이다. 설령 K커머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큐텐이 만든 플랫폼을 다시 이용할지도 미지수란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금액 정산을 포기하며 법인 설립에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참여 한다고 해도 법인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 대표가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버린 큐텐 지분으로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에 따르면 티몬의 피해 판매자 수는 4만7000명, 위메프는 6만3000명 등 총 11만명에 달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미정산 금액을 포함한 채권 규모는 1조원대로 추산된다.
업계는 채권자 수가 11만명에 이르는데다, 판매자, 일반 소비자, PG사 등 채권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채권자협의회의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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