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물류 시스템 따른 과도한 업무 속도 요구냉난방 미비로 온열질환 발생, 근로자 안전 우려기술 개선 한계, 구조적 법·제도 개선 강조
권 대표는 23일 서울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환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쿠팡의 근무 환경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며 "사람이 일하는 공간이 됐음에도 법은 여전히 이곳을 '창고'로 보고 냉난방 설비 설치 의무조차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장 힘든 건 노동 강도"라며 "AI 기반 물류 시스템에 따라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지 않고 돌아가고, 노동자들은 이에 맞춰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겨울에는 방한복을 껴입고, 여름에는 선풍기 몇 대에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환기가 어려운 환경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근무 환경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폭염·한랭 노출 시 보건 조치 의무가 포함된 점을 언급했다. 권 대표는 "쿠팡 노동자들이 '한 시간이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요구해왔고, 해당 내용이 법에 반영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직은 추상적 수준에 불과하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냉방 설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폭염 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작업을 중단하도록 하고, 노동자가 몸에 이상을 느낄 경우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대표는 쿠팡대책위를 통해 산업재해, 부당해고, 폭염 대응 문제 등 쿠팡 노동자들의 권리 침해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를 마치고 씻지도 못한 채 알바 앱을 켜야 하는 청년. 그는 오늘도 정치를 외면한다. 하지만 나는 그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지난 6월 대선 TV토론에서 사용한 발언을 다시 꺼냈다. 지난해에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쓰러진 노동자 사례를 언급하며, 냉난방조차 갖춰지지 않은 노동환경을 "구조적 방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혹서기 노동환경 개선과 관련해 쿠팡은 "물류센터 내 냉방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개선했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업계 최초로 CLS(차폐식 냉방 시스템)를 도입해, 물류센터 내부 온도를 20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에어컨 설치가 아닌, 외부 열을 차단하고 내부 냉기를 순환시키는 전용 냉방 설비로, 회사 측은 선풍기, 냉풍기, 냉방복 등을 병행 지원하며 온열질환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권 대표는 이러한 대응에 대해 "기술적 조치만으로는 본질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법적 분류의 전환, 휴식권 보장, 작업중지권 인정 등 구조적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이 물건을 다루듯 사람을 배치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강연 말미에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경제성장은 허상"이라며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민의 삶은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있다.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 채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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