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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무비게이션] ‘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등록 2014.06.10 14:4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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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기사의 사진

시작부터 요란했다. 덴마크 출신으로 ‘문제적’이란 타이틀이 영원히 따라다니는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님포매니악 볼륨1’의 시사회는 당초 6월 9일 열릴 예정이었다. 남녀간의 섹스 행위를 빗댄 숫자의 조합인 ‘69’에서 착안해 이날 언론 시사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영사기 서버 문제로 인해 상영 10여분만에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급하게 10일 오전 다시 국내 공식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제목 자체의 의미부터 보자. ‘여자 색정광’이란 뜻이란다. 한 마디로 섹스에 빠져 지낸 한 여성의 여정이 담긴 영화가 ‘님포매니악’이다. 주인공 조(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셀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에게 털어 놓는 전체 8장 구조의 얘기다. 쉽게 표현해 ‘섹스 버전’의 ‘천일야화’다.

완벽한 흑(黑)의 화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쪼르륵’ 거리는 물소리는 흡사 남자 혹은 여자의 소변 소리를 연상케 한다. 색정광이 토해내는 일종의 불순물적인 얘기란 뜻이란 암시가 시작부터 흘러나온다. 이후 등장하는 피투성이 여성 조는 자신이 왜 그곳에 쓰러져 있는지 그를 발견하는 셀리그먼은 왜 조가 그곳에 있는지 묻지도 않는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 함께 집으로 향해 섹스 판타지의 여정을 풀어 헤친다.

 ‘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기사의 사진

사실 섹스에 대한 얘기는 ‘포르노그래피’와 ‘성인 스토리’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장기판 위의 말과도 같다.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터부시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 대한 다른 이름이 될 수도 있다. 조 역시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 “모든 것이 자신의 죄에서 비롯됐다”고 고백한다. 시작은 섹스란 행위의 죄의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그 죄의식을 풀어내는 방식 자체의 기발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낚시를 통해 섹스의 감정 소통을 풀어내는 1장 ‘낚시대전’의 착상은 한 편의 오묘한 설계도를 보는 듯 정밀하다. 조가 자신의 첫 처녀성을 제롬(샤이아 라보프)에게 건내면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피보나치 수열’의 뜬금없는 상징은 섹스란 행위가 인류가 풀 수 없는 ‘섹스’ 그 자체의 행위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5장 ‘오르간 학파’에서 터져 나오는 기괴함은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섹스’를 바하의 음악에 빗대고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피보나치 수열’의 구조를 대입하며 바하가 자주 사용한 ‘오르간’ 음악의 기본 골격을 섹스의 행위와 동일시하며 화면을 구성한 장면은 기발함을 넘어서 기괴한 발상의 표본을 보여 준다는 느낌마저 던진다.

 ‘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기사의 사진

섹스 자체에만 집중한 영화는 아니다. 3장 ‘미세스 H’에선 할리우드 유명 배우 우마 서먼이 등장해 자신의 남편과 조(스테이시 마틴)의 불륜을 남녀간의 관계에 대한 블랙 코미디적 시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물론 그 안에서 조가 주변과 소통하는 방법은 ‘섹스’라는 하나의 일관된 행위다. 조는 섹스 안에서 사랑이란 감정의 바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본은 제2장 제롬에서 시작됐다. 1장에서 잠시 등장한 제롬은 2장에서 조의 직장 상사로 등장해 그에게 접근하지만 감정의 바닥을 보인 조가 그를 밀어내며 섹스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조는 친구 B가 언급한 ‘섹스의 묘약은 사랑’이란 관념에 사로 잡혀 색정광으로서의 묘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총 8장 구조 가운데 1편 ‘볼륨1’은 5장까지다. ‘여자 색정광의 여정’에 걸맞게 두 살 때 느낀 오르가즘(영화에선 센세이션으로 표기)부터 20대까지의 여러 섹스 여정이 ‘님포매니악 볼륨1’에는 담겨 있다.

 ‘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기사의 사진

‘섹스에 대한 백과사전’ 혹은 ‘불감증 환자를 위한 교과서’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가즘 혹은 섹스를 통한 자기 치유의 행위를 여러 배우들을 통해 얘기한다. 수 없이 반복된 ‘섹스’란 단어에 걸맞게 여배우의 알몸과 음모 노출은 기본이다. 한 장면에선 수십명의 남성 성기가 연달아 스크린을 장식하기도 한다. 여배우의 오럴섹스도 비록 블러(Blur)처리가 됐지만 적나라하게 담겼다. 두 여자가 기차 안에서 누가 더 많은 남자와 섹스를 하는지 경쟁하는 ‘섹스 레이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논란의 장면이다. 일부 장면은 실제 정사 논란이 왜 불거졌는지 짐작케 할 정도로 강렬하다.

하지만 ‘님포매니악 볼륨1’이 기괴한 것은 이 모든 장면이 포르노그래피에 버금갈 정도로 강렬하면서도 ‘야하다’는 느낌보단 툭툭 터지는 실소 자아낸다는 점이다. 섹스의 강렬함과 행위의 역동성 여기에 언어적 유희의 실소가 결합되면서 ‘님포매니악 볼륨1’은 라스폰 트리에의 또 다른 문제작으로 남게 됐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에이스’가 됐다.

 ‘님포매니악 볼륨1’에 담긴 섹스의 모든 것 기사의 사진

‘님포매니악 볼륨1’, 강렬하고 또 강렬하고 정말 강렬하다. 그런데 진짜 신기한 것은 너무도 웃음이 넘친다는 점이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인, ‘볼륨2’가 더욱 기다려진다.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래딧과 함께 공개되는 ‘볼륨2’의 일부 제작기 영상을 놓친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시작부터 요란했다. 그런데 그럴만 했다. ‘님포매니악 볼륨1’의 국내 개봉은 오는 19일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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