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번 사기 대출에 일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직원이 공모한 정황을 포착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금융회사들은 KT 및 KT ENS의 책임론과 별개로 각자 대규모 소송전 준비에 들어갔다.
9일 경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KT ENS 직원 김모씨와 납품업체에 대출해준 금융사가 기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국민은행 그리고 저축은행 10곳 외에 저축은행 4곳이 추가됐다.
다행히 추가된 4곳은 문제의 KT ENS와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줬다가 모두 상환을 받은 곳이 있을 수 있어 모두 피해를 봤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중 동부저축은행의 경우 이들 업자에 대출을 해줬으나 모든 돌려받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저축은행 4곳이 추가된데다 금융당국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돌려막기에 연루된 금융사를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피해금액은 당초 알려진 3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4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출 손실은 하나은행 1천624억원, 농협은행 189억원, 국민은행 188억원 등 시중은행이 2001억원이다. 저축은행은 BS저축은행이 234억원으로 가장 많고 OBS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인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까지 합치면 저축은행에서만 8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발표했던 13개 금융사는 대출을 해주거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한 상태이며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이 KT ENS 직원 김모씨와 납품업체의 공모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하고 대출과 연루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내부 직원이 관련됐을 일부 정황을 파악해 조사 중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최수현 금감원장의 지시 아래 저축은행과 은행 검사 인력을 총동원해 내부 직원 공모자를 찾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하나은행은 이미 특검 중이라 여신 검사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고 BS저축은행은 별도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수천억원대 대출이 오가는데도 은행 내부 직원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내부 직원 공모 정황이 있어 대출액이 큰 금융사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책임 공방이 이뤄지면서 금융사간 대규모 소송전도 진행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에 대한 지급보증 기관인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금융사는 대형 법무법인에 법률의견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쟁점은 허위매출에도 보증기관인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의 지급의무가 발생하느냐와 신디케이트론을 일으킨 농협은행·국민은행의 책임비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소송 진행을 검토 중”이라며 “허위매출이어도 대출이 발생한 이상 두 증권사는 채무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은 매출채권이 위탁된 ‘은하수1·2차’ 유동화전문회사(SPC)의 자산담보부대출(ABL) 책임비율을 놓고 소송이 예고했다.
해당 ABL은 신탁은행인 농협은행이 일으켰으며 국민은행이 참여해 1대1의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계약 단계부터 공동으로 이뤄진 신디케이트론이다.
농협은행은 “국민은행은 신탁기관(농협은행)이 아닌 신탁자산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신탁은 예금과 달리 원금보장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적발해낸 ‘저축은행 상시감시스템’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추출한 이상징후여신에 대해 직접 검사 및 자체 감사를 실시해 대주주 신용공여 등 불법 여신 949억원, 건전성 부당 분류 여신 6042억원을 적발했다.
또 대주주 신용공여, 동일 차주 한도 초과 등 자금 추적이 필요한 24개사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직접 검사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KT 자회사 대출 사기 건을 발견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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