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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국민연금 개혁, 기금운용 개혁에 포커싱하라

전문가 칼럼 류영재 류영재의 ESG 전망대

국민연금 개혁, 기금운용 개혁에 포커싱하라

등록 2024.02.22 13:55

수정 2024.02.22 17:09

국민연금 개혁, 기금운용 개혁에 포커싱하라 기사의 사진

절체절명의 과제, 국민연금 개혁

​우리나라에는 여러 당면과제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이슈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국민연금 개혁 문제를 꼽겠다. 이 문제는 2007년 이후 줄곧 미뤄지면서 이젠 호미 아닌 가래로도 못 막게 생겼다. 2007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용감했다. 엄청난 후폭풍을 감수할 각오로 연금 개혁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는 용감하지 못했다. 지지율에 상처를 입을 뿐만 아니라, 자칫 정권도 무너뜨릴 수 있는 연금 개혁 작업에 다가서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렇듯 매 5년마다 이뤄져야 할 연금 개혁이 무책임하게 방기되면서 이제 국민연금은 개혁의 골든타임을 사실상 놓쳤다. 따라서 그 미래 전망 역시도 불투명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제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더 큰 부담, 더 나아가 가공할 재정적 재앙을 전가하는 꼴이 된다.

지지율 고공 행진을 기록했었던 문재인 정부 당시, 나는 이 연금개혁을 학수고대했다. 하지만 2018년 당시 복지부 장관은 4가지 안을 국회에 던져 놓고 발을 빼 버렸다. 복지부의 복지부동이었고, 무사안일, 무책임 행정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이후 대한민국 국회가 그 뜨거운 감자를 삼킬 리 만무했고, 고양이 목에 방울 달리 없었다. 국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서로 핑퐁질만 하다 유야무야 되었다.

​이번 윤석열 정부는 더욱 맹탕 안을 제시했다. 정부 안의 밑그림이 된 복지부 산하 제5차 재정계산위가 제시한 방안 가운데 기금 수익률을 1%p 인상하는 방안만 정부 안에서 구체화했을 뿐, 앞서 재정계산위가 제시했던 보험료율 인상(12%·15%·18%), 수급개시연령 조정(65살·68살), 예상 기금 수익률(4.5%·5%·5.5%) 등을 조합한 18개 안을 국회에 던져 놓았다. 지난 정부의 4개 선택지들 보다 더 많은 18개안을 국회에 떠넘긴 것이다. ​

허다한 갈등과 문제를 완화, 해결하기는커녕 증폭, 조장하는 대한민국 국회가 이 난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필자는 현재의 극한 대립적 정치 지형 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4월 총선에서 2천만 국민연금 가입자이자 유권자들은 매의 눈으로 각 정당들의 국민연금 관련 정책들을 살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라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본다.

지속가능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국민연금

주지하듯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인부양비만 보더라도 국민연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2023년 현재 노인부양비는 약 27%다. 즉 경제활동인구 4명이 노인인구 1명을 부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2060년이 되면 그 부양비는 95%가 된다. 즉 경제활동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는 뜻이다.

​기금규모 추이도 비관적이다. 2023년 제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재 약 1000조원의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 1755조로 정점을 찍고 이후 2055년에 완전 고갈된다. 합계출산율, 경제성장률, 기금운용 수익률, 금리, 물가, 환율 등 각종 거시경제의 가정변수들이 맞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고갈 이후 현재 약속된 연금 급여 지급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부과방식 비용률은 현재 6% 수준에서 23%로 껑충 뛰고, 2080년에는 35%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부담 불가능한 수치다.

​따라서 국민연금법상 연금은 매 5년마다 재정 추계를 거쳐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지난 20여 년 동안 이 작업을 못했다. 그 원인은 여·야간 극한 의견 대립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여·야 공히 모수개혁에만 포커싱했기 때문이다. 모수개혁이란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조정,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을 말한다. 반면 여기서 기금운용 개혁 논의는 상대적으로 무시되거나 간과되었다.

문제해결 수순이 잘못됐다. 일반적으로 시험에서도 문제풀이의 기술이 존재한다. 먼저 전체 시험지를 살펴보고, 그 다음 아는 문제, 쉬운 문제 순서로 전략적 문제 풀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효과적인 답안 작성이 가능하다.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문제풀이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즉 국민적 저항이 덜하고 비교적 설득이 쉽고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절충할 수 있는 과제부터 우선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상대적으로 쉬운 기금운용 거버넌스 개혁

필자는 기금운용 거버넌스 개혁이 앞서의 모수개혁 아젠다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문제풀이라고 판단한다. 즉 현재 적립된 1000조원의 기금을 여하히 효과적으로 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2005년경 약 50조원 기금을 운용하던 시스템과 기금운용 거버넌스로 1000조원을 운용하고 있다. 흡사 성년이 된 어른에게 아동복을 입혀 놓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개인도 경제활동의 초기나 중반부에는 근로소득을 통한 자산축적을 하지만, 중후반기에는 그렇게 축적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자산규모와 그 삶의 질은 크게 좌우된다. 연금기금 운용 개혁이 중대한 이유다.

​이 연금기금 운용 개혁에 있어서는 훌륭한 벤치마크가 존재한다. 즉 현재 전 세계 공적 연금 운용의 베스트 프랙티스인 캐나다 국민연금(CPP)의 97년 개혁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들에게 필요한 시사점들이나 문제 해결의 단서를 얻을 수 있다.

​1966년 출범한 CPP의 목표도 우리 국민연금처럼 캐나다 국민들의 노후 생활 보장이었다. 출범 당시에는 보험료만으로도 CPP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경제활동인구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캐나다 인구가 늘고,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CPP기금도 동반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낮은 출산율, 고령화 촉진, 경활인구 감소,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상쇄할 만큼의 보험료 인상이 무산됨에 따라 CPP 재정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CPP 기금 고갈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1995년 한 보험계리사 단체는 기금 고갈을 강력히 경고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당시 캐나다 재무부 장관 폴 마틴에게 전달되었다. 마틴장관은 연금 급여에 비해 보험료가 턱없이 낮다고 판단하였다. 의당 연금 적자폭은 커질 것이고, 따라서 아무런 조치가 없을 경우 2015년 CPP기금은 고갈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하지만 캐나다 국민들은 지혜로웠다.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1997년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주요 CPP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 개혁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 바로 캐나다 연금 가입자를 대신하여 CPP 기금을 관리 운용할 CPPIB(Canadian Pension Plan Investment Board)라는 독립적인 투자위원회의 설립이었다. 이 위원회는 캐나다 미래 세대에게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보장한다는 확실한 미션 하에 CPP에서 독립되어 세워졌다.

​이후 2006년 CPPI(Canadian Pension Plan Investment)는 전반적인 수익률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도입했다. 즉 주식과 대체투자와 같은 위험자산에 더 많은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결정을 통해 CPPI는 가입자와 수급자에게 최고의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자산배분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2006년 1000억 달러였던 CPP 펀드는 2023년 5700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현재 CPPI는 55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2023년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10년 누적 순이익은 3110억 달러에 이른다. Global SWF Data Platform에 따르면, 지난 10년(2013~2022년) 연 평균 명목 수익률을 보면 CPPI는 10.9%를 기록한데 비해 우리 국민연금은 4.4%이다. 이 엄청난 수익률 차이는 대부분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CPPI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사모 및 상장주식이나 대체투자와 같은 위험자산군에 적게 자산배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CPPI의 차별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장기투자 추구, 기금 운용의 독립성 보장, 기후변화 등 ESG요소에 대한 적극적 투자 반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CPPI는 과도한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장기 투자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있다. 독립적인 이사회가 감독하는 의사 결정에 있어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받지 않는다. 아울러 현재의 투자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미래세대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 즉 ESG투자인 것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세계 최고의 투자 기회를 추구할 수 있다.

기금운용 개혁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들

​그렇다면 국민연금 기금운용 개혁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

첫째,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의 조속한 개혁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 즉 1000조의 운용은 전적으로 전문가들 손에 맡겨져야 한다. 그리고 이 운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은 철저히 정부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이렇게 독립된 기금운용 위원회는 기금운용, 경영전략, 글로벌 경제, ESG 및 기업거버넌스 등에서 수십 년간 필드경험을 갖춘 전문가들로 채워져야 한다. 독립성 측면에서도 최소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수준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위원들의 임기도 5년 단임 정권 교체 주기보다 긴 8년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정권의 입김과 간섭을 최소화하고 비교적 장기적 안목에서 독립적으로 기금운용 전략 등을 수립하고 일관적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다.

둘째, 전략적 자산배분에 있어서 CPPI를 벤치마크하여 위험자산 배분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한다. CPPI의 경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85%까지 할 수 있는데 비해 국민연금은 현재 60%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서 CPPI와의 기금운용 수익률 격차가 발생한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서, 현재 1000원인 국민연금 기금을 CPPI처럼 매년 9% 운용수익률로 운용할 수 있다면 현재의 1000조원은 2044년에 5604조원이 된다. 복리효과 때문이다. 연금 고갈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1000조원의 투자는 기존 여의도 방식과 완전히 차별화되어야 한다. 여의도 금융가의 고작 1~2년 시계(視界)가 아닌 수십년의 타임 프레임 하에서 운용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 기금의 비유동성 프리미엄(illiquidity premium)전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동시에 미래세대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는 진짜 ESG투자를 실행할 수 있다.

CPPI의 2023년 CEO 보고서를 보면 그들이 'ESG 및 탄소중립 투자'에 얼마나 진심인지 잘 알 수 있다. CEO인 존 그래험(John Graham)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모든 투자대상 기업들이 새로운 ESG정보공개 표준인 ISSB 프레임워크를 적극 수용토록 요청합니다. 투자대상기업들이 이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면 외부 소통 및 홍보, 사업 활동 등에 있어서 신뢰와 실적을 동시에 향상시킬 것입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측면에서 현재 진행 중인 경제혁신에서 세대 간 기회가 공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든 투자 결정에 있어서 기후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깊이 고려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탈탄소화 프로젝트나 기업에 자금을 집중 투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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