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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약서 수정" VS "스카이브릿지 실현"···개포서 재현된 한남의 기억

부동산 도시정비

"계약서 수정" VS "스카이브릿지 실현"···개포서 재현된 한남의 기억

등록 2025.07.28 09:45

수정 2025.07.28 11:50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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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브릿지 놓고 또 '충돌'··· 대우건설 "市 기준 충족해 실현 가능"'계약서 78곳 수정' 둘러싼 공방 가열···삼성물산 "변경 많을수록 성의"한남뉴타운 수주전, 강남서 데자뷔···개포우성7차 놓고 바뀐 주장 '맞불'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단지 전경. 사진=주현철 기자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우성7차 단지 전경. 사진=주현철 기자

서울 강남권 최대 재건축 격전지 중 하나인 개포우성7차에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간의 수주 경쟁이 점차 진흙탕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양사의 공방은 단순한 수주 경쟁을 넘어 과거 한남뉴타운 수주전 당시 불거진 논란을 다시 떠올리게 할 만큼 과열되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일원동 개포우성7차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노리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의 맞대결에서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른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대우건설이 제시한 스카이브릿지와 용적률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삼성물산이 선공에 나섰고,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의 계약서 수정 이력을 문제 삼으며 반격하고 있다.

"스카이브릿지, 이번에도 못 지을 것" vs "서울시 지침 내 충분히 가능"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에 배포한 동영상. 사진=동영상 캡쳐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조합에 배포한 동영상. 사진=동영상 캡쳐

대우건설이 개포우성7차 조합원들에게 제안한 스카이브릿지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인허가 과정에서 삭제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현실성 없는 대안설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한남2구역 당시 대우건설이 스카이브릿지를 제안했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한 사례를 들어 "표심용 미끼 설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를 정면 반박하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개포우성7차는 '특별계획구역'에 해당되고,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제3장 15절에 따라 우수한 설계를 장려하는 지침이 명확히 존재한다"며 "이 기준을 준수해 스카이브릿지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포 일대는 고도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지역으로, 구조물 설치에 법적 제약이 없으며, 실제로 경쟁사들도 과거 강남권 단지에서 스카이브릿지를 직접 제안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선 이미 스카이브릿지를 도입한 사례가 적지 않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비롯해 '래미안 원펜타스', '서초 써밋', '잠실 르엘' 등이 인허가를 통과하거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심지어 삼성물산도 최근 신반포4차, 남영2구역 등에서 유사한 브릿지 구조를 설계에 반영했다.

또 다른 논쟁은 고시된 용적률(299.99%)을 초과했는지의 여부다. 일각에선 설계가 법정상한을 넘어선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대우건설은 이를 명확히 부인했다. 대우건설은 "정비계획에 고시된 용적률 299.99%를 정확히 준수했으며, 변경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서울시가 2023년 3월 개정한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에 따라, 공공기여 인센티브 항목 구성을 일부 변경했다"며 "기존보다 더 많은 일반분양 세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조합 실익을 최우선에 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배신삼호, 홍제3구역 등에서도 유사 방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전례가 있다.

'계약서 78곳 수정' 논란···삼성 "거짓말 없다, 고민한 흔적일 뿐"

한남4구역 수주전 당시 삼성물산이 조합에 배포한 홍보영상. 사진=동영상 캡쳐한남4구역 수주전 당시 삼성물산이 조합에 배포한 홍보영상. 사진=동영상 캡쳐

양사 간 갈등은 계약서 수정 논란으로 번졌다. 최근 열린 개포우성7차 조합 설명회에서 한 조합원이 삼성물산에 "회사에서 제안한 계약서를 보니 조합 원안에 비해 무려 78곳이나 수정됐다. 이유가 무엇이냐"며 질의했고, 이에 삼성물산 관계자는 "변경하지 않은 계약서는 다 거짓말"이라며 "대안설계와 사업제안서에 맞춰 계약서를 수정한 것이며, 오히려 수정이 많을수록 더 고민한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대우건설은 삼성물산의 이 같은 설명이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불과 반년 전 한남4구역 수주전에선 조합원안 계약서를 '100% 수용'하겠다며 신뢰를 강조했지만, 정작 개포에서는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의 경우 서울시 정비사업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기로해서 변경이 거의 없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수정 없는 계약서 수용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를 통해 조합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바 있다. 대우건설은 "당시에는 원안 수용을 강조해놓고, 이제 와선 수정이 많을수록 '더 고민했다'고 말 바꾸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개포우성7차는 입찰지침상, 입찰 참여 시공사가 대안설계와 사업조건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으며, 제안 내용은 계약서에 반영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는 추후 시공사 제안과 계약서 간 해석 차이로 인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며, 오히려 조합 보호를 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더 나아가 대우건설이 제시한 제안서에는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이라 적시돼 있지만, 계약서에는 단순 '기성불(제49조)'로 표기돼 있어 분쟁 발생 시 조합이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약서가 최우선적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물산 측은 "계약서는 3개월에 걸쳐 심의를 거치게 되며 협의과정에서 내용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안만 하고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양사 간 뒤바뀐 입장···개포에서 되살아난 '한남의 기억'

대우건설 '써밋 프라니티'(左), 삼성물산 '래미안 루미원' 자료=각사 제공대우건설 '써밋 프라니티'(左), 삼성물산 '래미안 루미원' 자료=각사 제공

이번 논쟁이 업계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과거 한남뉴타운 수주전에서 보여준 양사의 태도가 개포에선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점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한남2구역에서 실현하지 못해 비판받았던 스카이브릿지를 개포우성7차에서 다시 꺼내 들었고,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에선 계약서 100% 수용으로 신뢰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78곳을 수정했다.

정비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포우성7차 수주전은 단순히 메이저 건설사 간 경쟁을 넘어, 각 사의 과거 행보와 신뢰성 문제가 시험대에 오른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한남2구역과 한남4구역에서의 '말 바꾸기' 논란이 개포에서 되살아나면서, 조합원들의 판단 기준도 보다 정교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포우성7차는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입지와 규모, 조합원 구성 등의 측면에서 '프리미엄'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이처럼 시공사 선정의 무게감이 여타 단지보다 더 큰 만큼, 조합원들도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나 설계안의 화려함보다는 사업 이행 능력과 계약의 진정성을 면밀히 따지고 있다는 평가다.

오는 8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는 개포우성7차는 현재 '조합원 표심 잡기'의 마지막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결국 시공사의 제안과 계약이 얼마나 일치하느냐, 과거 말과 행동이 현재까지 일관되느냐가 조합원 선택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수주전은 건설사의 진정성과 과거 이력까지 통틀어 평가받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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