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발행 2조원, 전년보다 ‘반의 반토막’일부는 최소 청약한도 못채워 발행 취소조기상환 지연이 큰 부담, 헷지비용 늘어‘100% 총량제’ 규제까지···“산 넘어 산”과도한 우려 금물, “5년전 악몽 없었다”
금융당국에선 리스크 방지 차원으로 ‘ELS 총량제’라는 규제 칼까지 빼들려고 하고 있어, 마치 4년 전 ‘홍콩 H지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온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 규모는 지난해 4~5월까지만 해도 9조원대에서 발행됐으나, 올해 3월 들어서는 3조원대로 급격히 감소했다. 4월에는 2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겪으면서 ELS 발행이 전년보다 4분의 1로 준 것이다. 이는 작년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감소폭보다 더 크다.
ELS 발행 부진으로 인한 증권사들의 2분기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그래도 ELS는 증권사 수익구조의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ELS 발행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최소 청약한도를 못 채워 청약 취소 혹은 발행 취소까지 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투자에서는 작년 한 해 142건의 ELS를 발행했는데, 그 중 15건이 발행 취소됐다. 올해(1월~5월) 경우에는 ELS를 51건 발행했는데, 그 중 9건이 청약 미달로 발행이 취소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 기준으로 봤을 때 ELS 건수가 전년보다 절반도 미치지 못한 수준인데다 취소 건수는 이대로라면 전년보다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1~2월에 3건, 3~4월에 8건의 ELS 발행이 취소됐다.
ELS는 보통 100억원, 200억원, 300억원 정도의 규모로 발행되며 최저 청약 경쟁률을 못 채우면 발행이 취소된다. 증권사들이 ELS 헤지 운용에 나서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반문하는 증권사도 여럿 있었다. ELS 청약 취소는 매달마다 한 두건씩 취소되는 사레가 발생되며 업계에서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ELS 발행 취소보다 심각한 것은 조기상환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증권사들은 지속적인 헷지비용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1년 전만해도 조기상환 건수 및 규모는 각각 1300건대, 5조원 규모정도였는데, 올해 4월 들어서는 36건, 17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리스크를 방지하겠다며 ‘뒷북 대응’에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당국이 꺼내 든 규제 카드는 ‘ELS 발행액 총량제’인데, 만일 시행되면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다.
5년 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 대해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이 총량을 규제하기로 합의한 일이 있었다. 당시 H지수가 크게 하락하면서 H지수 연계 ELS를 둘러싼 원금 손실 공포가 커지면서 당국에서 이같이 규제한 것이다. H지수 ELS 총량규제는 2018년에 풀리게 된다.
2015년~2016년 당시 H지수 연계 ELS 투자액은 37조원 가운데 3조~4조원 정도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대규모 손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원금 손실 우려가 있었던 H지수 연계 ELS 대부분이 수익을 실현하며 상환됐기 때문이다. 즉 만기 전 H지수가 낙폭을 꾸준히 회복함에 따라 원금 손실 구간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았다.
통상 ELS 투자자들에게는 ‘H지수 트라우마’가 있지만, 4년 전 악몽은 악몽으로만 끝나 이번 코로나로 인한 ELS 원금손실 공포 역시 투자자들에게 결국 큰 손실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ELS 마진콜 역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낙인(Knock in, 손실구간)을 찍기 전까지는 헷지 규모가 증가하고 증거금이 부족해 마진콜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낙인을 찍은 이후부턴 기존의 포지션을 정리하기 때문에 1분기 손실이 악화될 수는 있어도 대규모 손실이 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진콜 규모와 예상 손실은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다”라며 “과거에도 기초자산 가격이 급변동하면서 증거금이 늘어났으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적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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