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판매 중단 여부 검토타행도 판매 중단하거나 검토업계 "이러다 예적금만 팔아야할판"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현재 ESL 판매 중단 여부를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전체 ELS 취급액 가운데 H지수 편입 ELS 상품에 대한 공급 비중을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H지수 편입 상품 뿐만 아니라 전체 ELS 상품에 대해 판매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ELS 판매를 중단했다. 홍콩 H지수 연계 ELS 외에도 원금이 비보장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판매를 멈춘 셈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홍콩 H지수가 편입된 ELT 상품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 다른 ELT 상품만 취급 중이다.
홍콩 ELS 판매액이 가장 적은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부터 H지수 편입되는 ELS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다각도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ELS 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하거나 중단을 검토하는 것은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의 손실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에서 최근 6000포인트까지 급락하며 반토막났다. 특히 내년 상반기 만기가 몰리면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별 판매 잔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7조84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2조3701억원, 하나은행이 2조1782억원, 농협은행이 2조1310억원, 우리은행이 413억원을 집계됐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4조7726억원, 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이었다.
손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에서도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판매 금액이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내달 1일까지 현장조사를 거치고 있다.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진행중이었던 하나은행도 현장조사를 하고 있고 나머지 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은행들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를 진행 중이다. 추후 이들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권의 홍콩 ELS와 관련해 언급했다. 이 원장은 "저도 수십장짜리 보면 눈에 안 들어오고 안 읽히는 상품들을 그냥 '네네' 답변했다고 그것만으로 아무런 책임이 면제될 수 있는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은행은 자필이나 녹취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자기 면피로 보인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 등 본질적인 취지를 따지면 그렇게 쉽게 얘기하기 어려울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연내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제2의 사모펀드 사태로 번질까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당시 은행들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로 한차례 홍역을 알았던바 있다. 다만 DLF 사태 때와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통상 ELS 상품 자체가 가입자 약 90% 이상이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ELS 시장까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 만기가 도래하기 시작하는 만큼 H지수가 오르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다만 ELS 역시 투자상품이고 상품 자체의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홍콩 H지수가 급락함에 따라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ELS 상품 자체를 매도하는 분위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ELS 상품까지 문제가 불거지면 은행들도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테고 결국엔 예적금 상품만 팔아야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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