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기준 신탁사 14곳 합산 순손실 4055억원'고수익-고위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부메랑책준형 토지신탁 소송전도 본격화···재정적 부담 가중
8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14개 주요 신탁사들의 합산 순손실은 무려 4055억원에 달한다. 신한자산신탁, 무궁화자산신탁, 교보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코리아신탁, 우리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 10개사의 분기 실적은 적자가 났다.
이 가운데 신한자산신탁과 무궁화신탁, 교보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코리아신탁 등 6개사는 지난해 연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신한자산신탁과 무궁화신탁, 교보자산신탁 3개사는 각각 1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규모 적자로 인해 경영개선명령 받아 팔릴 위기에 처한 신탁사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정례회의를 갖고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명령 부과를 의결했다. 무궁화신탁은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PF사업장 67개 중 35개 사업장이 책임준공형으로 운영했다.
고물과·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중심으로 부실이 커진게 주요 원인이다. 책준형 신탁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일종의 보증을 선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업계에선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시공사가 늘어나면서 그 여파가 신탁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준공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프로젝트가 속출하면서 신탁사가 법적 책임을 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KB부동산신탁과 신한자산신탁은 다수의 책임준공형 사업장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인해 소송전에 돌입한 상태다. 신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사안은 형사 고소로까지 번졌다. 이러한 소송 리스크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이어지면서 실적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신탁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스크 대응을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잇달아 쌓고 있다. 이는 회계상 손익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쳐 대부분의 회사가 연말 기준 적자로 전환된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당국도 신탁업계의 부실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대형 신탁사의 경우 내부적으로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 점검과 사업 구조 개편에 돌입한 상태다.
신탁업계의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기존의 수수료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신탁사는 리츠(REITs) 확대, 개발사업 축소, 대체투자 등으로 사업 영역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책임준공형 모델이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구조였다는 게 이번 사태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며 "신탁사들이 단순 자산관리자를 넘어, 사업의 직접 당사자 역할까지 확대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위험관리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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