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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담보에서 경쟁력으로:소상공인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

전문가 칼럼 이혜민 이혜민의 금융이 핀다

"담보에서 경쟁력으로:소상공인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

등록 2025.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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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에서 경쟁력으로:소상공인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9%, 고용의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경기 침체, 비용 상승, 매출 불안정이 겹치며 이들의 재무안정성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폐업한 소상공인은 사상 최초로 100만 명을 넘겼으며, 올해에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금융지원과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7일 정부 관계부처 기관과 제 단체, 금융기업,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 '소상공인 금융 애로 간담회'에 필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핀다를 운영하면서 몸소 느낀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한 분석과 여러 서비스들이 매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핀다는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의 350만 명이 넘는 개인 회원과 상권 데이터 분석 플랫폼 '오픈업'의 30만 자영업 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매월 1억 개 이상의 금융·상권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통해 수많은 사업자들의 자금 흐름, 상권 변화, 대출 거절 이유 등을 데이터로 확인해 왔고, 그 안에서 발견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영업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는 점이다. 2025년 상반기 창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 급감했고, 지역에 따라 폐업률은 22%를 넘는 곳도 있었다. 5명 중 1명꼴로 폐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고, 사실상 폐업이 어려워 휴업한 것까지 따지자면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 핀다의 사업자 대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약 100만 건의 대출 조회 중 실제 실행까지 이어진 비율도 7%에 불과했는데, 이는 일반 신용대출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이었다. 사업자대출은 대부분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대출이 승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한도와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금리로 인해, 결국 대출을 약정까지 진행하다 포기하거나 무응답으로 종료된 비율도 무려 80%에 달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서 자영업자 중에서 가장 금융이 필요한 이들이 정작 배제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창업 1년 미만 업종, 상권 내 단독 매장 운영자, 다중 대출 보유자들은 심사 초기 단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단순히 '위험'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대출 심사 시스템이 다양한 경쟁력 요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같은 현실이 존재하지만, 이미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미국의 Square Loans는 카드 매출, 재구매 고객 비율, 매출 성장 등 실제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이 아닌 거래 신호로 대출 가능성과 한도를 평가한다. 대출금은 바로 지급되고, 카드 매출에서 자동 상환되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수십억 달러 이상의 대출이 사업자들에게 공급되었고, 이제는 소상공인 금융의 표준이 되었다. 또 다른 예로, Plaid는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해 전통 평가가 어려운 기업에도 대안 신용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 스스로 자신의 은행·매출 데이터를 공유하여 더 나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 발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금융 접근성에 대한 본질적 재정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성이 필요하다. 담보 중심, 등급 중심의 심사 방식에서 벗어나 '경쟁력 중심, 생존 가능성 중심'의 정책 설계와 지원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상권의 지속성, 업종의 회복탄력성, 사업주의 운영 패턴 등의 데이터는 그 자체로 자영업자의 생존 경쟁력을 가늠하는 강력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타이밍에, 더 적절한 사람에게, 더 효과적으로 금융이 전달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다시 살아나야 국가 경제가 살아난다. 그리고 그 해법의 단초는 데이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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