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들은 속칭 ‘맞대기’로 불리는 도박에 빠져 부정기적으로 배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방식은 이렇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추는 것으로, 사이트 운영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경기 일정을 문자로 전하면 사이트 가입자인 회원들은 회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씩 계좌로 이체한다. 그러면 사이트 운영자들은 그 금액을 대신 배팅하고 배당금을 다시 회원들에게 입금하게 된다. 온라인으로만 이뤄지기에 시간과 장소가 제한되지 않는다.
현재 이수근과 탁재훈 외에도 아이돌 출신의 토니 안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체육진흥법상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스포츠 베팅은 ‘스포츠토토’뿐이다. ‘스포츠토토’ 외에 다른 스포츠 베팅 사이트는 모두 불법이다.
이미 연예인들의 도박 물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닐 정도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가수 출신의 유명 방송인 신정환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국내에 입국하지 않고 해외 원정 도피를 다니다 자진 입국해 법의 심판을 받고 방송 활동을 전면 중지한 사례를 봤다. 신정환 외에도 과거 개그맨 황기순은 필리핀에서 도박의 유혹에 빠졌다가 길거리 노숙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의 현지 생활은 한 지상파 르포 프로그램에 소개돼 전 국민적인 충격을 줬다. 가장 최근에는 건실한 방송인 이미지로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넘나들던 개그맨 출신의 김용만이 불법 온라인 도박으로 모든 방송에서 퇴출됐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유명 방송인 강병규나 아이돌 그룹 NRG 멤버였던 이성진도 같은 혐의로 방송 활동을 접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이수근과 탁재훈 토니 안 혐의도 김용만의 불법 도박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 대체 연예인들의 꼬리를 무는 도박 혐의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브로커에 의한 포섭으로 본다. 안정적인 고소득을 보장 받는 방송인이나 아이돌 출신의 가수들이 대상이다. 불규칙한 생활과 오랜 연예계 생활로 인해 단절된 사회성으로 순간의 쾌락을 즐길 수 있는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단다. 더욱이 ‘공인’임을 악용한 브로커들의 계략에 빠지기도 한다고.
한류스타로 각광받아온 배우의 매니저를 담당했던 한 전직 연예계 종사자인 A씨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MC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생각보다 상당한 고소득자다”면서 “이들에게 감언이설로 접근해 도박에 참여하게 한 뒤 공인임을 약점으로 잡고 계속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을 꼽았다. 한 현직 연예인 매니저 역시 전화통화에서 “연예계 자체가 일종의 ‘정글’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한다”면서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결과가 나오는 스포츠 도박과 연예계 생활이 공교롭게도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들이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수근은 모든 혐의를 인정한 채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 후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탁재훈과 토니 안은 소속사 측과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검찰 측의 조사 결과 연루된 연예인은 더 나올 가능성도 크다.
‘11월 괴담’의 뇌관이 ‘도박’이란 핵폭탄을 건드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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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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