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바의 귀환’ 이은미 “‘괜찮다’라는 말, 가장 듣고 싶었다”

가수 이은미가 데뷔 25년차를 맞이한 소감을 솔직하게 전했다.

이은미는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모처에서 새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라’ 발매기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매 소감과 그동안의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이은미는 “세월을 얹기만 하면 나이를 저절로 먹는줄 알았다. 세월을 넘기고 손에 얹고 있는게 어렵더라. 그래서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콘서트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보니 체력적으로 녹록치 않음을 매해 느낀다. 시간이 흐르는걸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다 보니 내가 팬 여러분들에게 친절한 음악가가 아니였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말하며 “나도 힘들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데 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은 얼마나 친절함을 받고 싶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 ‘괜찮다’라는 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까칠한 인생도 괜찮고 아직은 기댈만한 데가 있을 것이라고 관심있게 봐주면 좋은데 그런게 없었던 것 같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그래서 노래에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가사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사랑이라는 토속적인 주제겠지만 노랫말을 만들 때 여러 가지 의미를 아우르기 쉽고 멜로디로 편하게 다가가이 위해 썼다”면서 “나도 여러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처럼 이 시대에 고민하는 것들을 담았다. 이은미가 걸어가는 현실이 어떤 건지 그대로 보여주는 음반이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음악이다”라며 앨범을 소개했다. 그리고 “유난히 노랫말에 ‘괜찮다’라는 가사가 많았다.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싶었던 말이다”라며 웃어보였다.

또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간접 경험도 필요하다. 지금 내가 쉰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라서 이제 직접 경험으로는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인생을 살아보니 왜 엄마가 어렸을적 ‘그것도 다 때가 있는거야’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더라. 지금 이 나이에 부딪혀가면서 경험하기 어려우니 영화나 책이나 시, 전시와 다른 분들의 공연이나 음악이 모두 소재가 되더라”면서 “나는 끈기는 없지만 굉장히 호기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잘 기웃거리는 편이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데뷔 25년차를 맞은 소감을 묻자 이은미는 “음악을 할수록 자유로워질줄 알았다. 그렇지 않더라. 어떻게 표현할지 알 것 같으면서도 손에는 잡히지 않았다. 하면 할수록 자유롭고 편안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이제는 내 음악인생도 내 삶도 잘 마무리 하는 단계에 접어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하는지 조금씩 걱정이 된다. 이제 흔들리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고 덤덤히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나도 조용필 선배님처럼 화려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고 싶은 부러움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무대에서든 바로 다음 무대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무대에 최선을 다했다고 뒤도 안돌아보고 툭 내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재미있게 하고 싶고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은미의 대답에 “정년이 없는 직업인데 왜 벌써부터 마지막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하고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얼마까지 할 것인가는 들어주는 분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음반을 내놔도 여러분들이 이건 아니다 싶으면 끝내야 한다”면서 “분명히 이은미의 음악이 곁에 둘만한 가치가 있는 음악인지 그런 존재의 이유가 생겨야 나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시기가 내앞에 왔을 때, 이제 오랫들었으니 추억속에만 있어주면 좋은 이은미가 된다면 딱 내려놓고 ‘나 잘했다. 수고했다’고 마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며 소회를 전했다.

한편 이은미는 26일 오프라인을 통해 신보를 먼저 공개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 오프라인에 먼저 발매된 이은미의 신보 ‘스페로 스페라’는 아이돌 가수에 지친 음악 애호가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으며 26일 발매 직후 오프라인 음반매장에는 이은미의 새 앨범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타이틀곡 ‘가슴이 뛴다’는 슬픈 아리아를 재연하듯 이은미만의 무게와 연륜의 절절함이 담긴 발라드로 ‘듣는 음악’에 목말라 있던 팬들의 심금을 울릴 것으로 예고된다. 이은미는 오는 5월 12일 수원 공연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김아름 기자 beaut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