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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멸공’ 논란 일파만파 오너리스크 점화

정용진, ‘멸공’ 논란 일파만파 오너리스크 점화

등록 2022.01.10 16:06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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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 “나는 공산당 싫다” 논란 정치권까지 확산 ‘멸공’ 주창에 신세계 中 사업전망 먹구름 주가급락커뮤니티 중심으로 신세계·이마트 불매운동 조짐까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념 논쟁에 불을 붙였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신세계 대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주가가 흔들린데 이어, 신세계 이마트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일고 있다. 오너리스크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번 못한다’는 제목으로 정부의 대중정책을 비판한 한 매체의 기사 캡처 사진을 올렸다. 이 기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담겼다. 정 부회장은 게시물에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처’ 등의 해쉬태그를 함께 올렸다. 정 부회장은 이전에도 여러차례 ‘나는 공산당(공산주의) 싫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왔지만 중국 공산당을 겨냥한 듯한 글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정부를 저격한 듯한 정 부회장의 글은 곧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SNS를 통해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불을 지폈고, 정 부회장은 “이분 진짜 리스펙”이라고 받아쳤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장보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정 부회장의 글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이마트에서 장 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며 “멸공! 자유!”라는 글을 적었다.

정 부회장의 멸공 주장은 중국 현지에도 알려졌다. 홍콩 유력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 대기업 재벌은 통상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데 정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반공 견해를 밝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세계의 대중국 사업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지난 2017년 중국 사업을 전면 철수했으나,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면세점과 화장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가 하락한 것도 정 부회장의 발언 때문이란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신세계디에프 한 직원은 “정 부회장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고 했다. 이마트 한 직원은 “터질 게 터졌다”며 “중국 대상 판매는 이제 접어야겠다”고 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파장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포스터와 신세계그룹 계열사 리스트가 공유되며 신세계와 이마트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포스터는 일본 불매운동 때 공유된 것과 같은 것으로 일본을 정용진으로 바꾼 것이다.

정 부회장의 군 면제 이유 등을 언급한 글도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정 부회장은 대입 때 키 178cm, 체중 79kg이었으나 몇 년 뒤 신체검사에서 체중이 104kg이었고 이후 살을 뺐다”며 “면제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냐. 멸공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인스타그램에도 이날 2시를 기준으로 이마트 불매, 신세계 불매 등의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이 각각 100건을 넘어섰다.

재계 안팎에서도 정 부회장의 발언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의 정치적 발언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정 부회장이)멸공을 외쳤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윤석열이 그걸 받아 멸치와 콩을 이마트에서 사면서 받아줬다”며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는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큰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현재 신세계 주가는 전일대비 1만7500원(7%) 떨어진 23만2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도 5.34% 내리며 13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 하락에 신세계와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 때문”이라며 “오너의 정치적 발언은 적절치 않으며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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