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 영국 수출 좌절···EU 중심으로 'K 방산' 견제론 확산 커져 폴란드 정권교체 후 첫 '추가 수출'···현대로템 차륜형 장갑차 첫 수출여전히 견고한 한국산 무기체계 '러브콜'···'동유럽' 루마니아 수출 임박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을 중심으로 노골적인 'K-방산' 견제론이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내놓은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에서 2030년까지 27개 회원국 국방 조달 예산 50%의 EU 내 지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2020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기준 수입산 비중이 80%, 역내 구입 비중은 2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EDIS 발표 직후 "미국과 한국 방산업계에 안 좋은 소식일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아는 건 필요한 것을 생산하는 역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산 무기가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주력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방산업체들이 자국 내 무기 생산 능력과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수출을 막기 위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EU 의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아예 한국산을 콕 짚어 '도입 자제'를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종종 미국산, 때로는 한국산 구매가 더 낫지만 우리가 유럽 방산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어떻게 주권과 독립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명! 견고한 방산 선진국 벽을 넘어라
노골적인 유럽의 견제와 단합으로 인해 K-방산의 수출을 위해서는 방산 선진국의 벽을 넘어서는 것이 여전히 과제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영국 자주포 사업을 두고 현지 자회사를 세우는 등 공을 들여왔으나 독일에 밀렸다.
영국은 K9의 강점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신뢰성보다는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독일 업체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영국은 여전히 EU 국가와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에서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EU 외에서 무기 조달은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노르웨이가 차기 전차 사업에서 한국의 K2 '흑표' 전차 대신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 전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사실상 가격·화력·기능적인 측면에서 K2 전차 수주가 확실시됐으나, 당시 노르웨이 정부는 "K2 전차가 선정되지 않은 것은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나토 동맹국 간 국방협력의 중요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품종 다국가 수출 추세···불안한 정세 속 잇단 '러브콜'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K-방산은 꾸준히 외형을 키우며 수출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수출 품목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폴란드 새 정부와 2조원대 다연장 로켓 '천무' 추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작년 10월 총선을 계기로 들어선 친EU 성향의 폴란드 신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계약으로 양국이 방산 협력을 위한 신뢰를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우리 정부와 폴란드 신정부와의 굳건한 신뢰 속에서 금융 지원을 전제로 이번 2차 계약이 이뤄졌다"며 "폴란드의 안보에 기여하고 방산이 양국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과 경쟁을 벌이는 1조원 규모 루마니아 자주포 수주 경쟁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현재 루마니아 정부와 마지막 세부 사항을 놓고 협상하는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본다.
이달에는 현대로템의 차륜형 장갑차가 해외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페루와 차륜형 장갑차 K808 '백호' 30대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국산 전투 장갑차량의 중남미 지역 최초 진출 사례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정세가 불안정한 중동에서도 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K-방산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이번 중동 확전 상황에서 한국 방산업체들은 빠른 납기일과 가격 경쟁력 등을 이유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의 움직임은 리스크 포인트지만, 과한 우려보다는 현재의 성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내 방산은 폴란드 기점으로 시작한 유럽 무기 수출을 그 외 다수 국가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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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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