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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공화국···국가 ‘축’ 없이 갈팡질팡

[신년기획]갈등공화국···국가 ‘축’ 없이 갈팡질팡

등록 2015.01.13 06:59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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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代로까지 대물림된 이념갈등
勞使는 한 치 양보 없는 대립각
‘갑을논란’도 사회전반으로 확산
바른말 하기 힘든 분위기에 침묵

국민들은 지난해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종교와 이념을 떠나 열광했다. 교황이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대립과 갈등에 대한 중재, 소수자에 대한 관심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에 앞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스웨이DB<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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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지난해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종교와 이념을 떠나 열광했다. 교황이 이렇게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대립과 갈등에 대한 중재, 소수자에 대한 관심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에 앞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스웨이DB


갈등공화국···국가 ‘축’ 없이 갈팡질팡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이 ‘갈등공화국’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는 좌우 이념대립은 세대를 넘어 확산되면서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부자감세와 복지정책 후퇴 등으로 계층 간 갈등 역시 커지고 있다. 노사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제 주장만 고집하면서 노사갈등은 2015년 한국경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했다.

정치권은 정쟁의 도구로 한국사회 갈등구조를 이용하기에 여념이 없다. 기 업들은 긴축경영을 이유로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무관심이고 노동자 역시 기업의 위기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더 집중하면서 노사관계를 악 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풀어줄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힘을 발휘했던 사회지도층, 원로그룹들의 침묵이 가장 큰 원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갈등 연구(2013년 8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조사대상 27개국 중 종교 분쟁을 겪고 있는 터키 다음으로 높다.

그렇지만 갈등은 무뎌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갈등은 문제를 드러내 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지나친 갈등은 쓸모없는 비용으로 연결된다.

지나친 갈등은 곧 비용이다. 동일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갈등으로 인한 국내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에 달한다.

이런 사회갈등지수가 지금보다 10%만 낮아져도 국민총생산이 1.8~5.4% 높아지고 OECD평균으로 개선되면 국내총생산이 7~21%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갈등의 완만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념·계층·세대·노사 간 갈등이 한데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념 대립에는 ‘전후(戰後)세대’와 ‘ 민주화 세대’간의 충돌이 포함돼 있다. 먹고 사는 게 우선이라는 전후 세 대의 논리와 자유와 권리를 외치는 민주화 세대의 의견과 이념이 상충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세대와 ‘IMF(국제통화기금) 키즈’의 충돌도 가시화되고 있다. IMF 키즈는 1997년 외환위기 후 태어나거나 성장한 세대를 통칭하며, 부모 세 대가 누린 경제적 호황을 누리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그나마 누릴 수 있는 파이를 부모 세대가 빼앗고 있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직접 행동에 돌입한 일베 회원들은 이념과 세대 간 갈등의 단적인 산물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갈등 요소들이 내재된 사회적 불안이 일베에서 표출되고 있다. 각박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에 대한 것을 합리적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1차원적인 화풀이 수준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갈등에 대한 해결방법과 올바른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부실과 실타래처럼 엉켜 일베 회원들의 분노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 다. 또 “앞으로 분노와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일베 회원들의 폭력행위는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소득불평등까지 겹쳐지면서 계층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 가구의 월 실질소득은 1990년 210만6000원에서 지난해 390만4000원으로 약 180만원(85.4%) 증가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지니(Gini)계수’는 0.256에서 0.280으로 9.4%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사이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소득이 불평등함을 뜻한다. 대상을 전체 가구로 확대하면 지니계수는 0.302로 0.3 을 넘고,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산출한 이른바 신(新) 지니계수는 2012년 현재 0.353에 달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상승폭은 중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스리랑카에 이어 다섯 번째 다.

특히 ‘갑(甲)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기업과 노동자 측 대립도 극명해 지고 있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착취 논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등은 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가 공개한 지난해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 민 중 71.8%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회의 갈등 원인으로는 ‘빈부격차’(25.9%), ‘이익추구’(23.9%), ‘이해부 족’(19.4%), ‘권력집중’(11.9%), ‘가치관차이’(10.8%) 등을 꼽았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지난해 사회 전반에 대한 공정성 평가는 1 년 전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학계 및 연구위원들은 갈등 봉합의 시스템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갈 등 국면에서 화해와 진정, 화합으로 이끌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바른 말을 하거나 옳은 소리를 하기가 어려운 분위기가 심화됐다. 극단적인 주장들만이 횡행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큰 호 응을 얻은 것은 대립을 넘어 아픔을 감싸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식 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예술 기자 kunst@

뉴스웨이 손예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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