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파업에도 2분기 매출·영업익 성장 전망'케이캡' 복제약 진입 막기 위해 특허 방어 나서 美 임상 종료 앞둬···제2 신약 개발 '박차'
29일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올 상반기 매출액 4373억원, 영업이익 402억원을 내 전년 동기(매출액 3893억원, 영업이익 210억원)보다 각각 12.3%, 9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파업 장기화로 수액제 사업에 불똥이 튄 상황에서 올 1·2분기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캡 처방 확대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HK이노엔은 지난 5년간 '케이캡'의 처방확대를 이끌어 온 종근당과 결별하고 올해 새 파트너로 보령을 맞이했다. 종근당과의 계약에 비해 수수료 등이 유리하게 적용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고, 처방실적도 개선됐다. 케이캡은 올 1분기 452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분기 처방실적을 내 전년 대비 26.8% 증가했다.
기초수액제 사업 일부가 의료파업의 영향을 받았지만 케이캡 효과로 전체 매출은 두자릿수 성장했다. 올 1분기 매출액은 2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고 영업이익은 1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6% 급증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1분기 신규 파트너사 재고출하 효과를 제외한 2분기 케이캡 처방 조제액은 469억원으로, 수수료율 절감 효과를 시현하며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내 30호 신약인 케이캡은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기존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계열 약물의 단점을 개선해 처방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HK이노엔은 2019년 '케이캡' 출시 이후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18년 매출액은 3351억원, 영업이익은 220억원이었으나 2019년부터 매출 규모가 5000억원대로 확 뛰었다. 2019년 매출액은 5399억원, 영업이익 724억원, 2020년은 매출액 5984억원, 영업이익 870억원, 2021년은 각각 7698억원, 503억원이었다.
다만 P-CAB 후발주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어 지속적인 외형성장을 위한 대응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의 펙수클루(펙수프라잔염산염), 제일약품의 자큐보(자스타프로잔) 등이 각각 국산 34호, 37호 신약으로 허가 받았고, 다수의 복제약 제약사들이 제네릭 개발을 노리고 있다.
케이캡에는 크게 2031년에 만료되는 화합물(물질)특허와 2036년 3월 만료되는 결정형특허가 있다.
결정형 특허를 무효화하는 소송 1심에선 복제약 제약사가 승소해 HK이노엔이 항소한 상태다. 반면 물질특허 존속기간은 HK이노엔이 의약품 연구개발에 소요된 기간을 인정받아 기존 2026년 12월 6일에서 2031년 8월 25일까지 연장됐다.
제네릭사들은 케이캡의 허가 적응증 중 최초 허가적응증(미란성·비미란성)을 제외하고 후속 허가 적응증으로만 출시하려는 일명 '적응증 쪼개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오는 2026년 제품 출시를 위해 케이캡을 상대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해왔다.
제네릭사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항소를 통한 2심 등이 남아 있을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케이캡은 출시 후에도 진정한 P-CAB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거듭나기 위해 꾸준히 적응증을 늘렸고, 제형도 다양하게 개발했다"며 "이번 심판에서 패소했다면 신약의 연장된 특허권을 지나치게 축소시켜 물질특허권자들이 후속 연구를 포기하는 부정적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해외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며 선두주자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에서 미란성, 비미란성 식도염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연내 종료가 목표다. 비미란성 식도염 임상은 올 하반기, 미란성 식도염 임상은 내년 상반기 데이터 발표가 예상되며, 데이터 공개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P-CAB 계열 약물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미국 자회사 패썸 파마슈티컬스의 '보퀘즈나'(보노프라잔)가 유일하다.
또 케이캡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선두 제약사 '타부크 제약'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완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진출국을 총 45개로 늘렸다.
현재까지 중국, 필리핀, 멕시코, 페루 등 7개국에 출시가 이뤄졌고, 최근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 온두라스에서 품목허가를 승인 받았다. 중남미 국가 등에서도 허가 심사 중이다. 캐나다, 브라질 등 에선 기술이전을 통해 현지 개발 중이다.
회사는 케이캡을 이을 후속 물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바이오기업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3세대 GLP-1유사체 비만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XW003)'를 도입하며 연평균 30%씩 성장하는 비만치료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주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중국에서 제2형 당뇨 및 비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중국과 호주에서 진행된 임상 2상에서 혈당강하 및 체중감량 효과와 함께 안전성이 확인됐으며, HK이노엔은 제2형 당뇨 및 비만 임상3상을 동시 추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 경구용 건선 치료 신약 'IN-121803'도 개발 중으로, 내년 상반기 비임상 연구를 마치는 대로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신청을 목표하고 있다.
알로스테릭 TYK2 저해제인 'IN-121803'은 단백질 활성 부위인 아데노신3인산(ATP) 결합부위를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TYK2 효소의 알로스테릭(단백질 자리 중 하나) 결합부위를 공략해 면역/염증 조절 단백질 JAK(Janus kinase, 야누스 키나제) 선택성을 극대화했다.
이밖에도 회사는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등 시장이 큰 신약을 중심으로 R&D를 확대 중이다. 지난해엔 동아에스티와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TPD 신약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근에는 HK이노엔, 와이바이오로직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3사가 공동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이중항체 신약이 미국 신약개발 전문 기업에 1조 3000억원(9억4000만 달러)에 기술 수출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계약금 약 276억원(2000만 달러)이 포함된 규모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보다 빠른 속도로 가시화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