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속 김동관·최윤범 긴급 회동 주목 한국타이어 이어 한화도 사실상 '백기사' 선언?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긴급 회동을 갖고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으나, 수소·신재생 에너지 등 사업 현황을 공유하는 한편,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한 의견도 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와 고려아연의 사업협력 분야는 장기적인 투자를 필요로 한다"면서 "이번 공개매수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협력의 성공 가능성과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두 경영진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재계에선 이들 기업이 최윤범 회장에게 우회적으로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LG화학(1.89%), 한국타이어(0.75%), 현대자동차(5.05%) 등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을 들고 있는 한화(7.75%)까지 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와중에 김동관 부회장의 행보가 일종의 '신호'로 읽혀서다.
이처럼 한화 측이 선제적으로 움직이자 재계에선 다른 기업도 결국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타이어의 경우 대대적으로 '우호 지분'임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이 최 회장 쪽으로 기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모펀드의 맹공에 기업 오너가 경영권을 내주는 전례가 생기면 훗날 다른 곳으로도 불길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주요 대기업은 뜻하지 않게 국내외 사모펀드와 엮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2003년 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분쟁을 치른 SK그룹이 대표적이다. 당시 소버린은 자회사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 주식회사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린 뒤 경영진을 공격했다. 오너일가의 공동 대응과 팬택·하나은행 등 백기사의 지원에 힘입어 SK가 경영권을 방어하긴 했지만, 소버린은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났다.
삼성이나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개편 중 엘리엇, 메이슨과 같은 해외 헤지펀드가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난항을 빚었다. 지금도 일부 사례에 대해선 국제투자분쟁(ISDS)이 지속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최 회장 편에 선 한국타이어는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MBK파트너스와 직접 얼굴을 붉힌 케이스다. 이 사모펀드가 작년말 오너일가의 지분 싸움에 개입한 바 있어서다. MBK파트너스는 1만6000원대였던 회사 주식을 1주당 2만원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사모펀드로 인해 기업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변이 없는 한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이 사모펀드로 어려움에 직면한 전례가 있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더군다나 고려아연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총 26위에 달할 정도로 덩치가 큰 회사라 다른 기업의 위기감도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MBK파트너스 스스로도 시장에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간 여러 기업을 사들였다가 되파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모습으로 빈축을 샀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MBK파트너스는 치킨프랜차이즈 BHC 인수 후 가맹점 계약 부당해지, 물품공급 중단 등 가맹사업법을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5000만원과 시정명령 처분을 받았다.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신한금융지주로 매각하면서는 2조원 이상의 수익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구조조정과 역외탈세로 400억원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건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인수 후 점포수를 줄이고 임직원을 대거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강행한 탓이다.
따라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MBK파트너스 측 입장도 그 순수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재계는 지적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MBK파트너스 측 시도가 과연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앞선다"면서 "고려아연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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