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지만, 이제 시장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1%포인트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연준은 현지시간 15일 오후 2시(한국시간 16일 오전 3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금리 인상 폭을 발표하고,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경제 전망과 정책 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FOMC에서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고, 파월 의장은 6·7월 두 차례 정도 더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0.5%포인트 인상은 22년 만에 최대 폭이었지만 시장은 당시 이를 예상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75bp(0.75%포인트) 인상은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입장으로 해석하고 안도했다.
하지만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연이어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로 시장에서는 0.75%포인트 인상 전망이 급격히 힘을 얻는 상황이다.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올라 41년여 만의 최대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잃었다. 또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서는 향후 5∼10년 기대인플레이션이 3.3%로 2008년 이후 가장 높게 나왔다.
이러한 가운데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바클리스·노무라홀딩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반면, 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전히 0.50%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두는 등 시장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덴트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 더욱 반영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연준에 더 신속하게 움직일 기회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파월 의장이 시장 상황에 따라 "겸손하고 민첩하게"(humble and nimble) 움직이겠다는 기조를 밝힌 바 있지만, 0.75%포인트 인상은 연준의 입장이 변한 것인 만큼 이에 따른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3년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예고에 세계 금융시장이 동요한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이 발생한 바 있는데, 그동안 연준이 이러한 혼란을 피하고자 시장 기대에 부합하게 움직여온 데 여전히 무게를 두는 관측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미 시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능력에 신뢰를 잃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클리스 이코노미스트 조너선 밀러는 이번 금리 인상 폭에 대해 "연준의 신뢰성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매우 중요한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너무 오랫동안 대응하지 않는 실수를 범했다면서, 최근의 주가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연준의 오판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로 심해진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 평가하는 등 오판한 이유와 관련,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노동시장 회복 둔화를 피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돈 풀기에 나서며 고용 시장 안정에 집중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미국 노동자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일자리로 복귀했지만 통계 지표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또 유가 상승 등 공급 측 충격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WP는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오는 22∼23일 의회 증언에 나설 예정이며, 이번 FOMC 이후에도 물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에 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기관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를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관망하고 있다.
최근 수학·통계 기반 투자모델을 쓰는 퀀트 투자자들은 주식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고, 헤지펀드들도 신속히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한 투자자는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모두 현금으로 도망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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