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스팩23호 결국 상장폐지 절차 ···스팩 청산 줄이어

케이비제21호·삼성스팩6호도 결국 상폐 후 청산 수순

합병 기업-증권사 다른 눈높이, 깐깐해진 심사 영향

NH투자증권이 합병 상장을 위해 세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엔에이치스팩23호'가 두 번의 합병 실패 끝에 결국 상장폐지 후 청산을 맞게 됐다. 이밖에 최근 존속기간 내 합병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되는 스팩이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엔에이치스팩23호는 한국거래소에 합병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해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같은 사유로 지난해 12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고, 그 뒤에도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해 매매 정지까지 된 것이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로, 오는 24일부터 내달 7일까지 7거래일간 정리매매가 진행된다. 상장폐지일은 2월 10일이다. 상장폐지뿐만 아니라 엔에이치스팩23호 법인도 청산된다. 스팩은 정관에 상장폐지될 경우 법인 해산사유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상장 후 3년(36개월) 안에 합병을 마쳐야 한다. 지난 2022년 6월 상장된 엔에이치스팩23호는 2023년 HB인베스트먼트, 지난해 메인라인과 각각 합병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엔에이치스팩23호와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스팩들도 나란히 상장폐지될 전망이다. 케이비제21호스팩은 지난해 11월 미라셀과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회사 내부 사정으로 예비심사를 철회한 이후 합병 기업을 찾지 못했다. 결국 예심 청구서를 추가 제출하지 못하고 지난 20일부터 정리매매 중이다. 삼성스팩6호는 합병을 한 번도 추진하지 못하고 지난달 말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다. 예심 청구서 제출기한은 1월 23일까지여서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스팩 시장에 여파를 미치는 모습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신규 상장된 스팩은 40개, 존속·소멸 등 합병부터 상장까지 성공한 경우는 17개로 합병 성공률은 42% 정도다. 이 가운데 상장폐지 청구서 미제출 사유로 상장폐지된 스팩은 5개다. 통상 스팩 합병 상장을 시도한 기업이 상장을 철회한 사유는 따로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스팩 투자자와 시장의 기업가치 눈높이가 맞지 않은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깐깐해진 기업가치 심사도 영향을 미쳤다. 스팩 상장은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대한 견제가 직상장보다 적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말 "증권사에 유리한 거래조건과 기관투자자들의 발기인 견제 부족 현상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합병 심사 강화를 예고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거래소가 합병 미승인 사례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NH스팩25호와 SK증권제8호스팩,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이 합병상장 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고 스팩 합병이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2022년부터 스팩이 소멸되고 회사가 존속법인으로 남는 소멸합병 방식을 허용하면서 제도 활용이 활성화되는 추세"라면서 "최근 증시 상황 악화와 더불어 강화된 심사로 증권사와 합병 대상 기업 간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상장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